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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모토리 Mar 15. 2020

99. 대구시 중구 포정동 오복 곰탕_사라진 맛집

CHAPTER 5. 보부상의 애환이 서린 발품 길 (영주-대구)


대구에 가면  들르는 단골 식당이 있다. 향촌동 대보백화점 뒤편, 경상감영 공원 주차장 입구에 있는 오복 곰탕이다. 마주 보고 있는 마산 설렁탕 그리고 이웃하는 부산 설렁탕과 더불어 대구 곰탕의 매력을 흠뻑 맛볼  있는 식당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국물 음식을 좋아했다. 국과 찌개가 동시에 밥상에 함께 오를 정도로 국물 음식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설렁탕이나 곰탕 같은 국물에 밥을 말아 토렴 하는 탕반 음식이 발달한 데는 많은 식구들이 같이 나눠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음식과 잦은 전쟁과 왜구라도 침입하면 빠르게 먹으며 피난 갈  있는 음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이야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만 가끔 간단하게 먹으면서도 맛까지 뛰어난 메뉴를 찾을 때 탕반 음식은 훌륭한 선택지가 된다. 뼈를 우려낸 설렁탕과 달리 곰탕은 소의 고기와 내장 등을 넣어 끓인 곰국이다. 학계에선 곰탕과 설렁탕이 몽고에서  음식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조선 영조  간행된 몽골어 어학서 ‘몽어유해 따르면 몽골에서는 맹물에 고기를 넣어 끓인 음식을 한자로 ‘공탕이라 적고 몽골어로 ‘슈루라고 읽었다. 시간이 흘러 공탕은 곰탕이, 슈루는 설렁탕이 되었다는 설이다.



우리나라에서 곰탕은 전남의 나주 곰탕, 경북의 현풍 곰탕, 경남의 마산 곰탕, 황해도의 해주 곰탕 등이 원조 노릇을 한다.  식당은 지리적으로 볼 때 사골로 우려내는 현풍곰탕의 맛을 닮았을  같은데, 맛은 맑고 슴슴한 나주곰탕에 가깝다. 탕을 끓이며 노린내를 잡기 위해 국물 위에 뜨는 누런 기름기를 밤새 걷어낸 깔끔한 맛이기 때문이다.


오복 곰탕은 밖에서  먹는 음식들 입맛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여기에서 만큼은 엄지손가락을  세워준다. 물에 빠진 고기류를  못 먹는 선배도 이 집에선 말끔히 한 그릇을 비워낸다. 내용물도 좋고 무엇보다 슴슴하지만 맑게 고아낸 고기 국물 맛이 입에 쫙하고 붙는다.



그런데, 이번에 내려가니 오복식당이 사라졌다. 어이쿠야. 혹시나 어디로 이전한 건 아닐까 하고 주위 식당에 수소문하니 주인아주머니가 식당일을 너무 힘들어하셔서 영업을 그만뒀다고 하신다.  백 년 노포는 아니었어도 걸쭉하게 우려낸 국물 맛이 최고였는데 너무나 아쉬웠다.


#버스오딧세이 #대구시_중구_오복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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