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도쿄

그저 도쿄, 그래도 도쿄 프롤로그

by kotobadesign

작년 11월, 도쿄에서 나는 마음의 부침을 느꼈다. 그렇게 좋아하는 도시인데도 이상하게 전혀 즐겁지 않았다. 그 조짐은 작년 7월에 도쿄를 방문했을 때도 있었다. 늘 함께 따라다니던 기대와 설렘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는 이가 “노잼 시기인가 보다”라고 해서 그런가 싶었지만, 그것과도 조금 결이 다른 듯했다.


20대 때부터 연휴가 있으면 늘 도쿄에 갔다. 30대에는 몇 년 동안 도쿄에서 살았고, 돌아온 뒤에도 1년에 한두 번은 꼭 가려고 했다. 그렇게 아끼며 드나든 도쿄였는데, 작년에는 그곳에 있는 게 너무 답답했다. 지긋지긋하다고까지 느낄 정도로.


이 감정은 예전에 한 번 겪은 적이 있었다. 바로 도쿄에서 떠나오기 직전이었다. 나를 둘러싼 환경, 사람들이 답답하게만 느껴져, 비자가 몇 달 남았음에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이렇게 좋아하는 도쿄인데 더 있다가는 도쿄가 너무 싫어질 것만 같았다. 작년의 답답함이 그때의 마음과 닮아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재작년에 도쿄에서 한 달간 지내며 발행한 뉴스레터를 다시 읽다가 내 마음의 부침의 원인을 찾았다.


이번에 도쿄 이야기를 담아낸 것으로 나는 그 시절과 조금 안녕을 고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아련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행복한 시간과 그냥의 시간에 더 초점을 맞추고 누려보려고 한다. 이제는 그때에서 너무 멀리 왔고 나에게는 지금의 도쿄가, 앞으로의 도쿄가 남아 있으니까.


이걸 보면서 아, 맞다, 나 그때 안녕을 고했구나 싶으면서도, 그 시간도 다 포함해서 '나의 도쿄'를 형성하고 있는데 어설프게 안녕을 고하려고 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도쿄의 모습이 방향을 잃어버렸던 게 아닐까 싶었다.


작년의 부침은 오래 이어졌다. 도쿄에서 도망치듯 교토로 향했고, 올해는 도쿄 대신 처음 가는 도시를 여행했다. 보고 싶은 전시가 있어 간 것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도쿄를 피하는 기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 멀리서 지내다 보니, 그리고 도쿄의 장소들에 관한 책을 번역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리움이 스멀스멀 다시 올라왔다.


그 스멀스멀한 상태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도쿄에 대한 마음을 다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갔던, 앞으로 가게 될 동네와 골목길 이야기를 써보자 싶었다. 그 안에는 여전히, 그리고 새롭게 좋아하는 킷사텐과 정식집, 디자이너, 작가, 드라마 등이 들어갈 것이다. 도쿄의 멋진 브랜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많이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그걸 좇다가 가랭이가 찢어질 테니 쓸 수 없지만, 좋아하는 작은 가게들의 이야기는 할 수 있다. 작년에 가까이 있었음에도 멀리서만 바라본 도쿄타워 이야기도. 그렇게 쓰는 글에는 지금의 도쿄도, 그 시절의 도쿄도 버무려져 있을 것이다. 안녕이라고 말했지만, 그 안녕은 헤어짐의 안녕과 만남의 안녕으로 여전히 그 안에 있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나의 도쿄니까.


도쿄는 늘 그 자리에 있는데 나는 자꾸만 떠났다 돌아온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웃기지만, 늘 그렇다. 그저 도쿄, 그래도 도쿄. 여전히 도쿄. 이런 모든 마음을 느끼게 하는 도쿄는 정말 대단한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