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이야기 5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을까?
고등학교 때 동네 도서관에서 처음 빌려 읽으면서였다고 기억하는데 정확히 어떤 소설부터 읽기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때는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등 이상하게도 무라카미로 시작하는 작가의 소설은 닥치는 대로 읽었던 것 같다.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읽으면서 무라카미의 세계관에 그대로 빠져 들었는데 사실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는 표현하기 어려웠고 그저 좋았던 것 같다. 그의 책을 읽고 있으면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까지도(?) 포함해.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는 더 이상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대신 그의 에세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것도 왜 좋아하는지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항상 보면서 킥킥 거리며 웃고 있는데 글도 글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는 안자이 미즈마루 등 내가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일러스트들이 들어가 있어 그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지금은 소설은 모르겠고 하루키 에세이의 팬이기는 해서 에세이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하면 재빠르게 일본 아마존에 예약해두고 출간일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렇게 해서 얼마 전 내 손에 들어온 책이 바로 <무라카미 T(村上T)>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금까지 모은 108장의 티셔츠와 그에 관련된 18개의 에피소드를 엮은 책.
사놓은 지는 꽤 되었지만 조금씩 아끼며 한 편씩 읽느라 사실 아직도 다 읽지는 못했다.
하지만 티셔츠에 얽힌 이야기에는 레코드, 마라톤 이야기 등이 함께 담겨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 읽은 이야기는 마라톤에 참가하며 받은 티셔츠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달리기, 마라톤 마니아다. 그는 매년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가하는데 이 꼭지에서는 그렇게 받은 수많은 티셔츠 가운데 몇 장의 티셔츠를 골라 마라톤 이야기와 함께 소개한다. 글에서 그는 보스턴 마라톤을 가장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할 때는 마지막 가장 힘든 구간이 오면 끝나고 나서 마실 맥주를 생각하며 힘을 다해 뛴다고 한다. 온 힘을 다해 뛴 다음에 마시는 맥주는 얼마나 맛있을까? 부드러운 하얀 거품 뒤에 맛보는 시원하고 짜릿한 느낌, 생각만 해도 맛있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코로나로 해외에도 못 나가고 마라톤도 안 열리는데 무라카미 아저씨는 그 좋아하는 마라톤을 못해 어떻게 하고 있을까? 혹시나 42.195킬로미터에 맞춰 동네를 뛰며 만족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출간되기 전부터 이미 상당한 로열티로 한국어 번역판 계약이 끝난다고 한다.
그러니 이 책도 분명 자금이 있는 출판사에서 계약해 유명한 번역가분이 번역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번역해볼 수 있을까. 죽기 전에는 가능할까?
아마 죽기 전까지도 못하겠지만 나도 그의 에세이를 번역해보고 싶다고 대나무밭에 소리는 질러도 되겠지.
이 글은 <무라카미 T>를 읽었다는 리뷰는 아니고 그냥 읽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앞으로 한동안은 이 책을 읽으며 혼자 킥킥거리며 웃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