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출판 번역가, 편집자의 살아가는 이야기
"오늘 오전에 최종 데이터 미리보기 진행하고 오후에 인쇄 들어가려고요."
어제 보내준 데이터를 확인하다가 한 가지 수정 사항을 발견하고 디자이너에게 연락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휴, 다행이다. 인쇄 넘어가기 전에 발견해서.
계속 진행해오던 책의 인쇄일이 오늘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워낙 내부 상황이 자주 바뀌는 편이고 나는 이제는 외부 편집자여서 인쇄날이 오늘이지만 정말 오늘 들어가는지는 알지 못한 상태였다. 다행히 아직 최종 데이터가 넘어가지 않은 상태여서 수정하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인쇄날은 항상 조마조마 떨린다.
혹시라도 놓쳤을 실수가 있을까봐 판권면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내지도 몇 번이고 훑어본다.
출판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는 최종 데이터 보낸다는 디자이너의 소리가 그렇게 무서울 수 없었고 나중에 조금 익숙해지긴 했어도 여전히 인쇄날이나 가제본이 들어오는 날은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덜덜 떨렸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밖에서 작업을 할 때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렇게 교정을 많이 보고 확인을 하는데도 최종 데이터를 확인하면 꼭 수정 사항이 나온다. 참 희한하지 않을 수 없다. 편집 볼 때는 안 보이고 최종 데이터 확인할 때 보이는 이런 아이러니.
그래도 최종 데이터에서 발견해 수정하면 다행이다. 그 마지막 기회까지 놓치고 인쇄하면서 혹여라도 놓친 부분을 발견하는 날이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인쇄까지 넘어가면 정말 치명적인 실수가 아닌 이상 그냥 진행하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그 책을 넘겨볼 용기조차 생기지 않게 된다. 치명적인 실수가 발견되었을 때에는? 인쇄를 멈추고 종이를 다시 발주해 그 대수만 다시 찍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럴 때는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이...뭐 살고 죽고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일은 죽어라 했는데 막판에 그런 일이 생기면 그 순간에는 정말 기운이 쑥 빠지고 금세 얼굴이 퀭 해지며 한동안 밤마다 이불킥을 하게 된다.
출판사에서 일하기 전에는 책을 보다가 오타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곳, 정보가 잘못된 곳 등을 발견하면 '뭐야, 이 출판사. 제대로 일 안 했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수십 번을 봤을 텐데 발견 못했나 보구나, 마감이 촉박했나 보다고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일이든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함부로 이야기할 게 아니라는 것도 출판사를 다니며 배운 점이다.
이제 보도자료만 써서 넘기면 내 일은 끝이 난다.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출판사 안에 있을 때는 보도자료가 끝이 나도 그 이후의 마케팅 일정에 맞춰 편집자도 홍보에 참여해야 해서 마감이 끝나도 끝나는 게 아니었지만 지금은 외부에 있으니 여기에서 끝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책을 내 손에서 떠내보내야 하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이번 책은 원고가 거의 다 완성되어 있었는데도 기획에서 출간까지 오래걸리기도 했고 독립출판으로만 책을 내셨던 작가님이 메이저 출판사에서 처음 내시는 책이라서 출간되면 좋은 결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책을 만드는 일은 힘들기는 하지만 분명, 재미있다.
*위 글은 10월 말 경에 쓴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