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우리 회사'가 아닌 곳에 가는 것

매일의 이야기 7

by kotobadesign

파주에 다녀왔다.

파주에는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힘들었던 기억이 많아 퇴사하면서 한동안은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몇 번을 갔으니 볼일이 있을 때는 어쩔 수 없는 일.

밖에 있을 때는 그곳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았고 안에 있을 때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며 나왔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이 버티는 시간이 되는 것이 사람을 바닥으로 몰아간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얼마 전 편집했던 책이 출간되었다.

어제 파주에 간 이유는 그 책의 작가 선생님과 식사 자리가 있어서였고

집합 장소는 이제는 더 이상 '우리 회사'라고 부를 수 없는 그곳이었다.

몇 개월 만에 문을 열고 들어선 그곳에는 이제 내가 아는 이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만

마치 어제까지도 출근했던 것처럼 낯설지는 않았다.(그도 그럴 것이 내부 담당자와 계속 소통하고 마감하러 불과 몇 개월 전에도 갔었으니)

다만 더 이상 내 자리는 없다는 일말의 아쉬움(?)과 후련함이 미묘하게 얽혀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는 함께 자리한 사람들에게 꼭 회식하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역시나 그곳에 있는 나의 텐션이 이상하리만치 높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길지 않은 기간을 그곳에 다니며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내가 오랜 기간 일정하게 유지해오던 감정의 선들이 요동치는 날이 많아서였다.

그 안에 있으면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고 한 순간에 감정이 최고점을 찍거나 바닥을 찍었다.

그리고 그런 요동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지쳐 쓰러져 일어날 힘도 없는 내가 있었다.

그런데 이것도 몇 개월이 지나면서 안 좋은 기억보다는 그래도 좋은 기억이 더 생각나는 걸 보니 사람의 기억력이란 참.

기억력은 그렇다 해도 몸은 아직 '전' 회사를 기억하는 것 같다.

일단 건물을 보기만 해도 약간 한숨이 나오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보니.

뭐 언젠가는 편안해지겠지만 아직은 마냥 기분 좋게 드나들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 같다.

분명 애증의 관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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