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시 하농을

매일의 글쓰기 17

by kotobadesign


오늘은 일하면서 들을 음악으로 바흐의 피아노 곡을 골랐다.

음악은 주로 유튜브에서 일할 때 듣기 좋은 음악, 공부할 때 듣기 좋은 음악 같은 류를 듣는다.

음악을 고르다가 시간을 허비한 적이 몇 번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일할 때 듣는 음악 류의 경우는 대부분 가사가 없어서 집중이 잘 되기 때문이다. 클래식도 자주 듣는데 주로 피아노곡이고 드뷔시의 음악을 많이 고른다. 그러다가 일 때문이기는 했지만 최근에 바흐의 음악을 좀 들었더니 유튜브에 들어오자마자 바흐의 곡을 추천해 주었다. 오늘은 그중에서 뭘 들을까 고민하며 보다가 1900년대 초반의 복장을 한 여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이 여성이 연주한 음반인가 싶어 찾아보았더니 마르셀 마이어라는 프랑스 피아니스트였다. 저 시대에도 여성 피아니스트가 있었구나. 대충 내가 알고 있는 그리고 미디어에서 보이는 피아니스트는 워낙 남성이 많아 여성 피아니스트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여자의 사회 활동이 제약받던 시대에 바흐의 키보드 음악의 대가라고 평가받은 음악가라니.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실 같은 곡을 연주하니 누가 연주하건 비슷하지 않을까, 얼마나 다르겠어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마음의 평균율>이라는 책을 편집하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다.

이 책에는 글렌 굴드라는 피아니스트 이야기가 나오는데 글렌 굴드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연주곡을 그의 생에서 딱 두 번 녹음했고 그 두 번의 녹음이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라는 것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얼마나 다르겠어 하며 들어보니 완전히 다른 느낌이어서 깜짝 놀랐다. 같은 연주가가 같은 곡을 연주해도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고 새롭게 깨달았다. 그때부터 같은 곡을 다른 연주가가 연주하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며 듣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웠다. 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은데 모차르트까지 갔었나?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피아노 연습곡은 하농이었다. 가장 낮은 음계부터 높은 음계까지 반복해서 올라가는 연습곡으로 손가락을 풀기 위한 것이었다. 피아노 학원에 가면 항상 하농부터 연습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하농 연습을 싫어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좋았다. 같은 패턴을 계속 반복하는 것도 좋았고 낮은 음계부터 높은 음계까지 계속해서 올라가는 게 재미있었다.

가끔 피아노 학원의 모습이 떠오른다. 연습실 안쪽에 있던 피아노 선생님 가족이 살던 방, 피아노 학원의 냄새, 약간 어두웠던 연습실 등등, 아마 그때부터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했나 보다. 같이 다녔던 친구들이 생각나지 않는 걸 보니 말이다. 음악은 좋아해 피아노 학원을 열심히 다니고 할머니가 사주신 피아노를 집에서도 열심히 쳤지만 내가 피아노에 재능이 없다는 것은 일찌감치 알았다.

오직 연습한 곡만 칠 수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하게 된 주일학교 예배 반주를 망친 적도 있었다.

이때 기억이 살짝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정확하게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지 않게 되면서 피아노와는 멀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방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던 피아노는 내가 일본에 있을 때 어딘가로 팔려갔다.


요즘 가끔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는 무조건 잘 쳐야 한다는 생각에, 강박관념에 잘 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즐기면서 열심히 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는 작은 전자 피아노를 하나 사서 하농을 재미나게 연습해야지.




작가의 이전글오늘의 한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