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글쓰기 22
수능을 언제 봤을까.
너무나 까마득한 옛날 일이어서 언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계산해보기는 더 두렵다.
하지만 그 '날'만은 확실히 기억한다.
수능 당일.
지금은 부모님도 교실에 들어갈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수능을 봤을 때는 부모님이 교실까지 들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수능 날 엄마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만 골라 도시락 반찬을 만들고 수능시험장까지 함께 가 교실에까지 날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날 두고 가는 엄마가 꼭 날 버리고 가는 것 같아 무서웠고 두려웠다. 나도 같이 저 문을 열고 엄마와 집에 돌아가고 싶었던 기억.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수능 때만 되면 생각난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왜 엄마가 나를 버리고 가는 것처럼 느꼈을까. 처음으로 겪게 되는 인생을 좌우할지 모르는 그날, 인생의 큰 산을 넘어야 할 것 같은 그날, 1년 동안 공부한 결과를 하루에 다 쏟아부어야 하는 부담감과 시험을 망치면 어쩌나 싶은 두려움 같은 게 뒤섞여 나만 왜 이런 곳에 떼어 놓고 가나 하는 생각에 뒤돌아가는 엄마의 뒷모습에서 야속함과 서운함을 느꼈던 거 같다. 그런 내 마음은 모른 채 엄마는 내가 수능 보는 그 시간 내내 교회에서 기도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사실 엄마가 교실까지 들어왔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교문 앞에서 헤어져 나 혼자 들어갔던 것 같기도 하고 혼자 들어간 나를 뒤쫓아 엄마가 교실까지 찾아왔던 것 같기도 하다. 엄마에게 이후로 물어보지 않았으니 그것은 잘 모르겠다.(이번에 엄마집 가면 물어봐야겠다.)
일본에서 지낼 때 한국에서 수능 볼 때가 다가오면 일본 친구들이 꼭 물어봤다. 뉴스에서 보는 것처럼 경찰차 타고 수능 보러 가냐고. 다들 교문 앞에서 그렇게 열심히 응원하냐고. 그렇다는 말에 친구들은 그 열정이 대단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정도로 심한 압박감과 싸워야 하고 그 하루로 인생이 갈리는 듯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나도 분명 수능을 보았고 그날이 인생에서 큰 전환점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단 하루로, 그날의 점수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게 정말 싫다. 인생은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고 그런 전환점은 내가 의도하지 않았을 때도 찾아오는 데도 말이다. 정말 불행하다고 느꼈던 일이 큰 전환점이 되어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하고 묵묵히 쌓아왔던 시간이 다른 전환점을 불러와 또 다른 일을 하게 만들어준다. 그저 수능이 어른으로서의 인생에 한발 내딛게 해주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주면 좋은데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 주면 좋은데 한국은 그것에 모든 것을 거니 그 결과에 따라 당사자의 앞으로 인생까지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것도 내가 이만큼 살았기 때문에 사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지 나도 그때는 몰랐던지라 사람들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할 입장도 못되고 그럴 자격도 없다. 내가 뭐라고 인생에 대해 말하겠는가. 나 하나 사는 것도 제대로 못 하는데.
어찌 되었든 10대의 큰 결산을 하고 코로나 때문에 특히나 힘든 한 해를 보낸 수험생들이 오늘 밤이라도 푹 잤으면 좋겠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있든 없든(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 즐거운 인생을, 즐거운 어른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뭐 요즘 친구들은 정말 똑똑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건 아니겠지만.
수험생 친구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