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글쓰기 43
내 일상은 항상 조용히 시작하고 조용히 마무리하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조카 유치원 방학으로 강제 보모 역할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모님댁에 내려왔는데
동생네도 부모님댁에서 지내다 보니 북적북적하게 하루를 시작해 북적북적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나마 동생네가 재택근무를 하는 날도 있어 내가 조카를 볼 시간은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주의가 산만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글을 써서 이번 주에 넘겨 줘야 하는 작업이 있는데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고 모니터만 노려보고 있다. 이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호르몬의 장난까지 합쳐져 결국 어젯밤부터 감정이 삐쭉거리며 가시가 돋아나는 게 느껴진다. 어제 좀 피곤해 일찍 자야겠다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목소리가 큰 동생이 늦게 들어와서는 시끄럽게 해대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들지 못했고 오늘 아침에도 침대에는 있었지만 도저히 조용히 아침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려온 지 일주일 되었는데 혼자서 조용한 곳으로 피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럴 때는 정말 카페가 절실해진다. 급기야는 집 주변 공유 오피스를 뒤졌지만 작은 소도시라서 공유 오피스는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스터디 카페는 곳곳에 있어 이곳에라도 가야 하나 싶어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 그러다가 이 지역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는 안전 문자에 그 마음도 그대로 포기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고독해야 한다는 내용을 어떤 글에서 읽은 것 같은데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나에게도 그 고독함이 절실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자기 전 독서 시간에 읽는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에 고독과 고립에 관한 글이 있었다.
고독은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고립은 무섭다.
고독은 우리가 만족스럽게 쬐는 것이지만, 고립은 우리가 하릴없이 빠져 있는 것이다.
고독은 즐거움을 주지만 고립은 무서운 것.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즐거움을 주는 고독이다. 비어 있는 동생 집으로라도 가고 싶은 마음. 다시 서울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번 주 마감을 잘 해두어야 연말연시도 편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는데 마음만 또 조급해진다. 서울 집도 주변 소음으로 요즘 좀 힘든데 그런 공간이라도 얼른 내 공간으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