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글쓰기 42
올해 들어 남의 글 그러니까 작가의 글을 많이 읽고 있다.
책을 만들기 위한 원고 즉 일을 위한 원고는 읽어도 그전까지 사실 한국 작가의 글을 읽지 않았다. 특히 소설.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유독 상황 몰입을 잘하는 성격이라 한 번 한국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이야기를 따라 춤추는 감정이 너무 힘들어 휴식을 위해 독서를 하다가 오히려 더 기진맥진하게 되는 일이 많아서였다. 이것은 한국 영화도 마찬가지다. 유독 한국 영화를 보고 나면 너무 힘들고 버거워 계속 기분이 가라앉아 결국 며칠은 그 기분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한다. 아무래도 소설과 영화에서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폭이 너무 커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한국 소설, 한국 영화는 보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그래서 일본 영화나 소설이 나에게 맞는 듯싶다. 일본에도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하는 그런 작품들도 많다 하지만 감정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그 감정의 폭이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일상으로도 잔잔히 이어지는 작품도 많으니.
지금은 한국 작가의 글을 읽는다. 특히 에세이. 소설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실 내가 읽어야겠다 해서 읽기 시작했다기보다 어쩌다 보니 선물받아 읽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퇴사하기 전 인용구 관련해 자기만의 방(자방) 출판사와 소통하며 진행한 건이 있었는데 내가 퇴사했는데도 도움을 주어서 고맙다며 책이 출간되자마자 보내주셨다. 그 책이 바로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였다. 마침 퇴사한 시점과도 맞물려 힘든 시기를 BTS 덕질로 이겨낸 작가님의 이야기가 공감이 참 많이 되어 받은 날 밤에 정주행해버렸다.
그리고 그 뒤를 이었던 것이 시간의 흐름 출판사에서 나오는 '말들의 흐름' 시리즈였다. 『커피와 담배』부터 차례로 읽기 시작해 『시와 산책』에 도달해서는 곱씹고 곱씹고 곱씹으며 읽었다. 그때부터 이어진 한국 작가들의 에세이 행렬이 끊이지 않아 지금도 취침 전 독서 시간은 에세이로 채우고 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부지런한 사랑』. 이슬아 작가가 글방을 운영하며 쓴 글로 이슬아 작가의 글도 정말 좋지만 아이들이 쓴 글을 엿볼 수 있어서 자꾸 미소를 짓게 되고 아이들의 글쓰기 솜씨에 놀라기도 한다.
(역시나 이슬아 작가의 책을 읽으면 자꾸 이슬아 작가가 옆에서 읽어주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리고 오늘부터 새로 읽기 시작한 글이 있다. 정확히는 매일 연재 글이 올라오는 '주간 문학동네'다. 최근 김하나 작가가 주간 문학동네에 화요일마다 글을 연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보기 시작했는데 어제자로 김하나 작가의 화요일 연재는 아쉽게도 끝이 났다. 그리고 오늘부터 이슬아 작가와 남궁인 의사의 수요일 연재가 시작되었다. 수요일마다 올라오는 서신 형태의 연재에는 어떤 글이 담길까? 요즘 아침마다 샛별배송으로 받아보는 에세이와 함께 읽을거리가 또 늘었다.
분명 지금은 한국 소설도 다양해져 그렇게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태우는 소설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 아니 작년이었나 보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정말 몇 년 만에 본 한국 소설이었는데 감정의 심한 동요 없이 정말 술술 잘 읽었던 것 같다. 편집 작업을 하며 보는 글과는 전혀 다른 소설 분야였기 때문에 가능했고 당시 일에 치여 슬픔은 알겠는데 도대체 일의 기쁨은 무엇인지 들어나 보자며 읽었던 것 같다.
한동안 한국 소설과 에세이에서 손을 놓고 있던 사이, 이미 유명해진 작가들이 쓰는 소설과 에세이가 잘 팔리던 세상에서 정말 여러 관점과 내용을 담은 다양한 작가의 글이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나도 다시 에세이와 소설을 읽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사는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이 그대로 묻어나는 글이 담긴 에세이와 소설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비일상을 그리는 소설과 영화가 나는, 너무 버겁다.
*주간 문학동네에 올라오는 연재글들은 아래 링크에서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