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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부엉씨 Jun 10. 2022

어느새 두번째 호도전시회

호랑이 그림Ⅱ+큐레이터와의 대화_국립중앙박물관

호랑이해를 맞아 연초부터 열린 호랑이 그림 전시. 아래 포스팅에서 다룬 바 있는 1차 전시에 이어 2차 전시인 [호랑이 그림 Ⅱ]가 열리고 있다.

1월에 이거 보러 갔을 때만 해도 'Ⅱ 열리려면 한참 남았네...'하고 생각한 기억이 나는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새 전시가 열리고도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시간이라는 게 대체 어떻게 가는 건지... 이제 한 달만 있으면 또 올해도 절반이 간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 전시 역시 2층 서화실에서 진행된다. 나는 사실 이 전시를 조금 일찌감치 보고 왔으나 5월 25일에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잡혀있길래 그거까지 듣고 포스팅을 적는다. 확실히 전시해설을 들으니까 재밌는 얘기도 많고 흐름도 잡히는 것 같더라. 이번 포스팅도 크게는 그 흐름대로 따라가려 한다.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이수경 큐레이터님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미술부 소속이신 이수경 큐레이터님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30여 년 근무하셨다고 한다. 한 직장에서 그렇게 오래 일하면 어떤 기분일까...? 대략 90년대부터인데 시기가 애매하긴 하지만 중앙청 시절부터 계셨던 건지 상당히 궁금하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전시를 기획하고 경험하셨을 거란 점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큐레이터님 말씀에 따르면 최근에는 유독 세한도, 이건희 컬렉션 등 굵직한 기증 건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지난번 [호랑이 그림] 전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전시품 중 다수가 이건희 회장 기증품이다. 위 사진의 병풍도 마찬가지다.


이 병풍에서 재밌는 점은 호랑이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모양이 하나씩 다 나와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늠름하게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라든지(제일 오른쪽) 굴에서 나오는 모습, 새끼와 노는 모습 등 일반적으로 호랑이를 그릴 때 사용되는 표현이 한 폭에 하나씩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는 말이다.


각 폭마다 그림을 잘 그린 것도 있고 좀 못 그린 것도 있는데 못 그린 것도 귀엽게 생겨서 정이 갔다 ㅋㅋ...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등장하는 그림들. 왼쪽 그림은 기념품점에서 엽서로도 팔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닌가? 좀 비슷비슷한 그림들이 많다 보니 ㅎㅎ...


아무튼 이런 종류의 그림들은 보통 '나쁜 기운을 쫓는 의미로서 호랑이+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의미로서 까치'로 해석된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한다. 누군가 딱 정해 놓은 게 없고 민간에서 알아서 생산되다 보니 구체적인 이유 하나가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는 것.

전시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한 쪽 벽면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호렵도다. 호렵도란 호인(만주족)들이 말을 타고 사냥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호랑이가 메인 테마인 그림이라기보다는 호인들의 사냥감 중 하나로 등장한다.


특히 단원 김홍도가 호렵도를 잘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바로 위 사진에 등장하는 그림 오른쪽 아래에 '단원'이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그림은 단원이 직접 그렸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누군가 단원의 화풍을 따라 그린 것 같다고 한다. 말하자면 위작인 것. 큐레이터님 말씀으로는 약간 못 그린 부분도 있어서 김홍도 작품이라고 하면 김홍도가 좀 섭섭해할 수도 있다고 ㅎㅎ;;


큐레이터님이 우리나라에서 이런 호렵도가 그려진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다. 이 역시 정설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으나 조선 후기 실학처럼 발전된 청나라의 문물을 수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두되면서 함께 생긴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고, 정조대 무관의 역량 향상을 추진하면서 호인들처럼 싸움을 잘하고 싶은 무관들을 중심으로 많이 들이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있다.

표범 가죽 무늬 병풍도 전시되어 있다. 특이한 건 실제 표범 가죽이 아니라 표범 가죽 무늬를 그린 그림이라는 것이다. '호랑이 그림' 전시에 '표범 그림'이 나온 이유는 조선시대엔 표범도 호랑이 취급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림으로라도 호랑이의 영험한 기운을 빌리려고 했던 것인 듯.

호랑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이렇게 1,2차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워낙 호랑이가 우리 역사적으로 스토리가 많은 동물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년이 토끼 해일 텐데 토끼 그림도 전시할 만큼 볼륨이 나오나 궁금하다.


사실 1차 전시에서 여러 호랑이 그림들을 한 번 본 만큼 2차는 조금 반복적인 느낌이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함께 듣길 참 잘한 것 같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날 진행해 주신 이수경 큐레이터님이 경력이 긴 베테랑 큐레이터여서인지 작품에 대한 해설뿐만 아니라 미술 작품이나 박물관 전시품을 감상할 때 가지면 좋은 태도나 관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말씀해 주셔서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6월 [큐레이터와의 대화] 일정도 나왔다. 오늘(1일)은 지방선거 일이라 쉬고 다음 주부터 진행된다.


아마 코로나 시기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잠시 멈추면서 이 프로그램이 재개되었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내가 몇 번 들어본 바로는 큐레이터님들의 설명도 정말 알차고 같이 프로그램을 듣는 관람객분들의 수준 높은 질문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기회이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참석하길 권하고 싶다.


6월에도 재밌는 게 많네... 정명희 큐레이터님 세션 참여해서 책 사인받을까...? 아무튼 나도 일정 봐서 최대한 많이 참석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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