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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부엉씨 Jan 13. 2017

지리적 표시품을 찾아서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인가?

달력을 넘긴지 어느새 열흘이 지났네요


아직 2016년과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연초에는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3년동안(그 끔찍한 노예계약을 잘 이겨냈는데!) 큰 흠없이 잘 써오던 아이폰을 떨어트리는 바람에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했다거나, 새로 장만한 핸드폰 케이스 안에 넣어놓은 교통카드를 잃어버린 줄 알고 난리법석을 떨다가 분실신고까지 마친 뒤 찾았다거나... 뭐 딱히 좋은 일은 없었네요.


 그런 사건사고 와중에도 제 머리속을 떠나지 않은 것은 [지리적 표시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아니, 차라리 지리적 표시제가 그 사건사고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해야할까요?

 저는 2017년 브런치의 첫 글로 지리적 표시제를 다룬 적 있습니다. 자료를 찾고, 공부하고, 꽤 공을 들인 글이었는데요. 애초 계획은 그러한 개념 설명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지리적 표시품들을 찾아가고, 그것들을 활용해 요리까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컨대, [보성 벌교 꼬막]을 찾아서 벌교를 다녀온 다음, '벌교 꼬막을 활용한 봉골레 파스타'를 만든다든지...  뭐, 당시에는 꽤 괜찮은 기획이라고 생각했죠!

나름대로 큰 기대와 포부로 시작한 기획이라 이렇게 새로운 매거진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리적 표시제를 알아볼수록 뭔가 이상했습니다. 그것은, 제가 지리적 표시품, 즉 지리적 표시 등록 마크가 붙은 제품을 찾기힘들었다는 것이죠.

 발품을 많이 팔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제가 그동안 확인할 수 있었던 지리적 표시품은 쌀이 유일했습니다. 이천, 철원, 여주의 쌀 제품에는 쌀포대에 모두 지리적 표시 마크가 붙어있었어요. 문제는 제가 다음번 레시피에 활용하기 위해서 특히 눈여겨보고 있었던 꼬막같은 수산물에는 지리적 표시를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죠. 이런 결과는 저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 신선식품의 지리적 표시는 어떻게 하는가?


(정확한 용어 사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선식품이라 함은 소매점에서 자체적으로 포장하거나 혹은 아예 포장을 하지 않고 매대에 진열하는 농수산물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냉장 보관상태로 진열되는 상품(안 그런 경우도 많지만)을 떠올리시면 간단하겠네요. 예를 들어서, 스티로폼 용기에 담겨 있는 꼬막이나 수산 코너에서 얼음 침대 위에 누워있는 생선들 말이죠.

출처 : 구글 검색

 이런 친구들은 제품 하나하나에 인증 마크를 붙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이 경우 지리적 표시품임을 어떻게 표기하는지 해양수산부에 물어봤고, 친절한 담당자님께 전화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매점에서 상품을 벌크(대량)로 구입한 뒤 그것을 다시 소포장하거나 포장 없이 진열하면, 그것이 지리적 표시품이라 할지라도 인증 마크를 부착할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혹시 소포장 과정에서 인증받지 않은 상품이 섞여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 신선 식품의 경우 포장에 부착된 마크를 찾기보다, 상품명 또는 설명 문구에 지리적 표시품이라는 정보가 있는지 찾아봐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 [벌교 꼬막]을 찾아보았다


저는 무릎을 탁! 치고 다음날 마트에 갔습니다. 그리고 신선식품 위주로 상품명을 잘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나 지리적 표시품이라고 볼만한 상품은 전혀 없더라구요.

 특히 눈여겨 본 수산물, 그 중에서도 앞에서도 말씀드린 꼬막은 더욱 그랬습니다. 해당 마트의 자체 브랜드로 보이는 "남해안 꼬막"인가 하는 이름의 상품이 있었고, 그냥 "꼬막"인 상품도 있었지만 [보성 벌교 꼬막]이나, 또 다른 지리적 표시 꼬막인 [여자만 새꼬막]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제가 방문한 마트에 지리적 표시품이 들어오지 않는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했죠.

 하지만 인터넷은 별 도움이 안됐습니다. 워낙 상품 개수가 많았고... 거의 모든 상품명에 "벌교" 또는 "여자만"등의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 어느 하나도 지리적 표시에 대한 설명이라든지 그에 해당하는 마크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이 상황이 되자 지리적 표시 꼬막을 살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습니다.


3. 직거래는 가능할까?


 결국 생산자의 연락처를 찾아 직접 연락해보기로 했습니다.

 국립 수산물 품질 관리원 홈페이지로 가면 각종 인증에 대한 현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좌측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지리적 표시 수산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지리적 표시로 등록한 사업자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보성벌교꼬막]을 등록한 [보성벌교꼬막영어조합법인]을 찾아서,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없는 번호라고 나오더라고요?

 일단 꼬막은 접어둔채로, 이번에는 [기장미역]을 찾아 [기장해조류연합회영어조합법인]으로 전화했습니다. 다행히 전화는 받으셨지만, 제가 들은 대답은 '우리는 지리적 표시제 안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4. 지리적 표시품으로 유통되는 수산물은 하나뿐


분명 관공서에 등록된대로 전화를 했는데, 한군데는 안받고, 한군데는 안한다고 하고... 뭔가 잘못됐구나 싶어 다시 해수부로 전화를 해서 물어봤습니다.

 알고보니 현재 지리적 표시 수산물을 등록한 단체 중에서, 실제 지리적 표시 상품으로 출하하는 사례는 단 한곳 뿐이라고 합니다. 관계자께서는 [벌교 꼬막] 또는 [장흥 무산 김]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찾아보니 후자인 것 같아요.

 어쨌든 그 외의 등록자들은 대부분 실질적으로 지리적 표시품을 출하하지는 않고, 우선 상표를 등록하고자하는 목적으로 단체를 만들어 지리적 표시 등록만 해둔 것이라고 하더라구요. 결국 "지리적 표시 수산물"으로서의 꼬막을 만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진 셈이죠.




지리적 표시제가 이렇게 돌아가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 딱 정리해서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여러가지 기대를 하고 있었던 저로서는 허무한 결과였네요. 꼬막은 등록된게 2009년인데... 딱지도 안붙일거면 왜...(투덜투덜)

 농축산물 쪽은 상황이 좀 나아보였습니다. 실제로 출하되는 상품이 많은 듯 하고, 홍보도 수산물보다는 활발한 듯 보였어요. 아무래도 농축산물은 시행한지도 더 오래됐고, 등록된 품목도 100가지가 넘어서 잘 돌아가는 듯 합니다. 계획을 바꿔 농축산물로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겨울 제철 재료는 아무래도 수산물 쪽이 많고, 이미 세워놓은 계획이 무산되고 나니 마음이 영 허해서요.


 에... 네, 이렇게 저의 기획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네요!

주식회사 장흥 무산 김의 홍보 브로슈어

 어떤 제도나 정책이라는 것이, 실제 적용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겠지만, 의도가 좋고 사회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잘 시행되어도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유일하게 지리적 표시 상품을 출하한다는 [장흥 무산 김]의 사례를 보니까 그렇더라구요.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과정을 일원화, 체계화하여 관리함으로써 제품을 고급화하고, 지역 특산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제가 생각했던 지리적 표시제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요리 다시 하려면 시간이 꽤 남았는데 어떻게 하죠...? 그때까지 얼른 다른 주제나 찾아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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