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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부엉씨 Jan 05. 2017

지리적 표시제

우리 동네 농수산물

맛있는 요리의 시작은 좋은 재료에 있죠


특히 저처럼 특출난 기술도 없게 되면, 재료 의존도가 더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레시피 글에서 "재료" 부분에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는 이유도 거기에 있어요. 막말로 저에게 요리란, 최대한 질좋은 재료를 준비해서 소금이나 쳐준 뒤 결과물이 맛있기를 두 손모아 기도하는, 그런 과정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2017년 [고부엉씨의 브런치]에서는 '좋은 재료'를 찾는 과정을 연재해보고자 합니다. 갑자기 농대에 편입을 하겠다거나 전과를 하겠다는(그런 기획도 재밌긴 하겠네요) 이야기는 아니구요. 제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기준' 중 하나를 소개하려고해요. 그것은 바로 "지리적 표시 농산물"입니다! 




1. 지리적 표시 등록제도



지리적 표시 또는 지리적 표시 등록제는 간단히 말해, '지명 자체가 상표가 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성 마늘", "이천 쌀", "창녕 양파"... 이렇게 구체적인 상품명 앞에 그 상품이 생산된 지역명이 붙고, 그 조합 자체를 하나의 상표로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주무부처 중 하나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지리적 표시제의 목적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농산물의 품질이 특정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지리적표시를 등록·보호함으로써 지리적 특산물의 품질향상 및 지역특화 산업으로서의 육성을 도모하는 제도


 ...라고요.

 교과서같은 문장이 확 와닿질 않으니 한번 구체적으로 뜯어봅시다.



(1)"농산물의 품질이"

 문맥상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죠?


(2)"특정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예를 들어, 지리적 표시 수산물 5호인 기장 미역의 경우, 기장의 거친 바다, 그리고 봄, 가을 난류와 한류가 교차해 플랑크톤이 풍부하다는 특징 때문에 맛이 좋다고 해요.(네이버 캐스트 [팔도식후경], 기장 미역, 황교익) 즉, 기장 미역이 맛있는 이유는 기장 바다가 가지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3)"지리적 표시를 등록"

 앞의 예를 가져온다면 "기장 미역"이라는 지리적 표시를 등록하겠네요.


(4)"보호함으로써"

  이 제도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데,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막 알아둘 부분은 아닌 듯 싶어요.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위에서 등록한 지리적 표시를 하나의 상표나 브랜드로 보호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서, 서울특별시 동대문구에 사는 고부엉씨가 본인의 집 마당에서 길러 수확한 녹차를(그렇다고 칩시다) "보성 녹차(농산물 지리적 표시등록 1호)"라는 이름으로 팔면 안된다는 거죠. 고부엉씨가 기른 녹차가 진짜 보성 녹차보다 맛있다고 해도 안되고요, '김보성씨를 좋아해서 보성 녹차라고 했다.'라고 의리있는 개드립을 쳐도 안됩니다. 지리적 표시제에 따라 등록된 "보성 녹차"라는 상품명은 법의 보호를 받는 하나의 '지적 재산'이니까요.


(5)"지리적 특산물의 품질향상"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관리를 하게되면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되겠죠?

 먼저 지리적 표시를 등록하는 일 자체도 상당히 복잡한데, 등록 이후에도 일정한 품질기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등록이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품질 향상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신뢰도 늘어날 수 있겠네요.


(6)"지역특화 산업으로서의 육성을 도모"

  이렇게 생산, 관리, 유통되는 상품은 아무래도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높이 형성되고, 시장에서 특별한 지위를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 목적으로나 시행되는 모습을 보면, 기본적으로 지리적 표시제는 "생산자"가 주도하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보는 것이 적당하겠습니다. 특히 농산물 시장 개방 이후, 세계 시장에서 농산물의 경쟁력이라든지 지적 재산권 보호 등을 논할 때 중요한 쟁점 중 하나로 거론되곤하죠.


 그럼 우리, 그러니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걸 알면 뭐가 좋을까요?

 

2. 우리는 왜?


지리적 표시 등록 제도에 대해 알고 있는 소비자라면 지리적 표시 마크가 붙은 농산품을 보고 '어맛! 품질이 특정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중략)...도모하는 제도에 의해 등록된 농산품아니야? 저건 사야햇!'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죠? ...즉, 정보 전달입니다.

 지역 생산자를 적절히 보호하고, 관리함으로써 소비자는 높은 품질의 상품을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지역 발전이라든지 국산 농산물의 경쟁력 증대, 전통 보존 등의 가치도 지킬 수가 있지 않겠어요? 인증 마크를 붙여주면 그만큼 선택하기가 쉬워지기도 하고요.

 게다가 재밌는 것은, 지리적 표시가 단순히 '품질'에 대한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생산 방식, 맛, 문화 등, 소비자는 등록된 지역명으로부터 정말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흔히 '스토리'라고 부르는 것 말이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지리적 표시 농산물을 알고, 찾는다면 그 지역과 농산물에 얽힌 이야기는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죠.

 제가 지리적 표시제에 특별히 호감을 갖게 된 계기가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였어요.


 저는 주로 이탈리아 요리영상을 많이 찾아보는 편이라 "파르마 프로슈토", "아말피 해변 레몬", "캄파니아 버팔로 모짜렐라"같은 이름을 많이 들었거든요. 처음에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모두 유럽의 지리적 표시제인 "PDO"로 등록된 상품들이었던 것이에요.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그 사람들에게서 어떤 제도나 법과 관계 없는, 순수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햄이면 햄, 레몬이면 레몬, 어쨌든 특정 제품은 우리 나라, 우리 지방 것이 최고다하는 그런 생각 말이죠. 이런 주인 의식, 사랑은 참 배워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긴 합니다. 유럽에서 지리적 표시는 아주 오랫동안 발달한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없던 관심과 사랑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제도가 잘 자리를 잡고 많은 분들이 그것을 인정해주신다면 나쁠건 없지 않을까요?


3. 실제 운용


꽤 복잡합니다. 같은 이름의 제도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산림청, 이렇게 세 부처에 의해서 시행되고 있어서 전체적인 정보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더라구요. 

 게다가 제가 지금까지 다룬 "지리적 표시 제도" 이외에 "지리적 표시 단체 표장"이라는 별개의 제도가 또 있습니다. 두 제도는 근거로 하는 법이 다르고 주관하는 부처도 다르고 그 목적도 조금이나마 달라보입니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기에는 비슷해보이더라구요. 

 별도로 운영해야하는 것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이라면 왜 별도로 운영하는 것인지 저로서는 궁금할 따름입니다. 뭐, 저같은 참새가 어찌 대붕의 뜻을 헤아리겠습니까마는~


 어쨌든 현재 지리적 표시 등록 제도에 등록된 특산품은 농산물 103개, 수산물 22개, 임산물 53개로 총 178개 입니다.(2017년 1월 5일 기준)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이 있으실까 싶어서 참고삼아 주무부처 홈페이지 링크를 걸어놓겠습니다.


1.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http://www.naqs.go.kr)

2.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https://goo.gl/VNO4lR)

3. 산림청(https://goo.gl/nGyHiJ)


 찾다보니 이런 단체도 있더라구요.


4. 한국지리적표시특산품연합회(http://kpgi.co.kr)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등록된 지리적 표시품을 품목에 관계없이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으시구요,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 활동을 계속 하고 계신 것 같으니 정보를 얻을 수 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2017년 첫번째 브런치 글이네요. 작년 연말부터 요리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어, 브런치에 어떤 글을 써야할까 고민하던 중, 평소 관심있었던 지리적 표시제에 대해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개인적으로 지리적 표시제에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운영하는 분들이나 연구하는 분들은 부족한 홍보에 대해서 많이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취지가 좋고 지금까지의 성과나 앞으로의 가능성도 있는 제도인 만큼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지리적 표시제에 대한 글은 자주 다룰 생각이고요. 이번 겨울에 시간이 많을 것 같으니(백수...) 많이 공부하고, 찾아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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