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어두운 밤하늘을 날아서

by 해은

밤하늘을 혼자 비행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캄캄한 하늘을 혼자 고독하게 날아가는 비행사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커다란 비행기도 아니고 우편물을 실은 작은 비행기를 운행한다면 더더욱 불안을 감내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 여행을 위해 밤늦게 출발하는 비행기를 탄 적이 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어둠 속에 불빛이 환한 육지가 아스라이 멀어지던 풍경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때로는 발밑에 깔린 하얀 구름들이 생각날 뿐, 가까워진 하늘의 빛나는 별을 본 기억이 없다.


“비아 에어 메일”이라는 뮤지컬을 보았다. “비아 에어 메일”은 항공우편이라는 뜻이다. 생텍쥐베리의 소설 『야간비행』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1920년대 항공 기록과 비행사들의 운항 일지로부터 다양한 모티브를 얻어 창작되었다. 『야간비행』을 쓴 생텍쥐베리는 항공 우편 조종사로 일했던 자신의 실제 경험을 담았고 마흔 네살의 나이로 1943년 연합군 반격 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정찰 임무를 수행하다가 행방불명 되었다. 그야말로 작품 속 주인공처럼 야간비행에서 돌아오지 못했으니 안타까운 죽음이라고 여겨진다.


1920년대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항공 우편기들이 하늘의 항로를 개척하기 시작한 때였다. 무대 왼편에는 주인공 파비앙과 로즈의 집, 오른편에는 우편국장인 리비에르가 일하는 우편국이 배치되어 있고 중앙에는 복엽기 형태의 비행기가 놓여 있다. 작곡가인 로즈는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신항로 개척 기념식을 위해 곡을 쓰고 있다. 그녀의 남편이자 우편비행사인 파비앙은 긴급문서를 받아 집을 나서고 로즈는 남편의 꿈을 응원하지만 위험한 일을 하는 그를 항상 걱정한다. 파비앙은 우편국장 리비에르의 긴급한 부탁으로 다친 동료를 대신해, 작곡하느라 애쓰는 로즈 몰래 신항로 개척길에 오른다.


항공우편기를 모는 비행사들은 좀 더 빠른 하늘의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남미항로 총괄자인 리비에르는 정부 인사들을 설득해 야간에도 우편물 수송을 위한 비행허가를 받는다. 여러 우편 회사들이 경쟁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사들보다 빨리 우편물을 수송하기 위해 특별 조치를 내린 것이다.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비행사의 안전이나 목숨은 뒷전이었다.


우리의 현실에서도 가끔씩 일어나는 일이지 않던가. 앞을 잘 볼 수 없는 야간 비행을 하는 파비앙은 홀로 고독과 불안을 이겨내야 했을 것이다. 이 모습에서 우리는 비행사들 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야간비행 중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퇴근시간 이후에 해야 하는 야근, 또 어떤 이에게는 생계유지를 위한 투잡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미지의 인생길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위험한 비행길에 올랐던 파비앙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야간비행은 때로는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내려놓고 목숨까지 걸어야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파비앙은 위험한 야간비행 중에 풍경을 즐기기도 한다. 그 일에서 나름대로 즐거움과 감동을 찾으려 한다. 우리는 야간비행이 가져오는 위험성을 알면서, 그것으로 인해 잃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알면서도 짙은 어둠에 펼쳐진 밤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름의 기쁨과 삶의 가치를 느끼고 살아간다.


파비앙이 미지의 밤하늘을 나는 사이 로즈는 자신의 곡을 치열하게 완성해가고 비행사의 꿈을 가진 우편배달부 메일보이는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며 꿈에 다가선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나 우리의 일상이나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비앙은 비행 중 강한 폭풍에 휘말리고 짙은 어둠으로 자신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기상악화로 착륙하지도 못한 채 헤매던 그는 모든 희망을 집어삼킨 깊은 어둠 속, 멀리서 반짝이는 작은 빛을 향해 로즈에게 편지를 쓴다. 하지만 비행기 연료가 부족해 어디에도 착륙하지 못하고 계속 떠돌아다니다 사라진다. 절망 속에서도 상실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로즈는 곡을 완성한다.


“우린 각자의 조종간을 잡고 있는 거야. 당신은 연주하고 나는 하늘을 날고. 항상 같은 순간에, 디어 마이 로즈.” 라고 외치는 파비앙의 대사처럼 각자의 조종간을 잘 잡고서 야간비행을 해야 할 것이다. 비행 중에 악천후를 만나지 않도록,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며 구름 속을 헤쳐 나가는 삶이 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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