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공연(블루레이)' 공연실황
영화 '레미제라블'의 감동은 OST를 구매하게 했고, 드디어는 '25주년 기념공연' 블루레이까지 구입하게 만들었다. YES24에서 17,600원이라는 가격으로 판매되었지만(지금은 절판) 그 감동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레미제라블 탄생 40주년 기념공연이 2019년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있었지만 가난해서 가지 못했다. 이때의 가난은 서러움이다. 지금처럼 이기적인 삶에 익숙한 우리에게
“공동체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가?”
를 깨닫는 것이 이 공연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이요 은혜란 생각을 한다.
처음에 ‘레미제라블’을 영화로만 봤을 때는 휴 잭맨과 러셀 크로우는 연기는 물론이지만 노래도 잘했다는 후한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25주년 기념공연’을 본 후에는 역시 노래는 뮤지컬 배우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곱상한 외모 때문에 장 발장 역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알 피보(Alfie Boe)의 곱고 섬세한 테너 목소리는 찬사를 들을만하다. 남자답고 카리스마가 풍기는 자베르 경감역의 바리톤 놈 루이스(Norm Lewis)는 악역이지만 나쁜 남자의 매력이 있다. 판틴역의 레아 살롱가(Lea Salonga)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너무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를 좋아해서 그런 모양이다.
이 뮤지컬에서 가장 사랑받는 노래 중의 하나인 ‘I Dreamed A Dream’도 성량이야 레아 살롱가를 따를 수 없겠지만 앤 해서웨이의 애절함이 더 간절함으로 표현되었기에 마음에 남는다. 그러나 가장 내 마음을 울리는 사람은 영화와 기념공연에서 동시에 에포닌 역을 맡은 사만다 바크스다(. Samantha Jane Barks) 영화 속에서는 마리우스를 향한 그녀의 짝사랑이 그렇게 가슴 아프게 표현되지 않았지만, 공연에서는 눈물을 살짝 훔치며 마리우스를 향한 사랑을 고백하는 그녀의 노래가 가슴에 아픔으로 전해진다. 이미 코제트를 사랑하는 마리우스를 향한 사랑의 고백은 상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에 그녀의 아픈 마음이 절규로 표현되는 노래 ‘On My Own’을 들으면 짝사랑이 왜 비극인지 알 수 있다.
이 공연을 보면서 확실히 깨달은 것은 영화배우는 역시 비주얼에 강하고 뮤지컬 배우는 오디오에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비교할 대상이 없기에 배우들의 노래도 감동이 있었지만, 공연을 보면서 역시 노래는 배우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뮤지컬 배우들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하나는 영화를 통해 스토리를 알고 있기에 노래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공연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피날레 부분이다.
영화에서는 당연히 볼 수 없는 장면이기에 더 소중하다. 뮤지컬이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낸다. 배우들은 소개될 때마다 관객들을 향해 기쁨으로 인사하고 공연장은 더 열기로 달아오른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1985년 레미제라블의 초연배우들이 등장한다. 특히 25주년 공연에서 미리엘 주교역을 맡았던 콤 윌킨슨(Colm Wilkinson) 은 역대 최고의 장 발장으로 불리고 있는데 그가 초연 때 장 발장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제 79살인 윌킨슨 할아버지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고 웃는 미소는 여유롭고 멋지다.
그가 드디어 ‘Bring Him Home’을 부르고 역대 장발 장들이 함께 중창의 멋진 화음을 선사한다. 흥분한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그치지 않자 이번에 다시 콤 윌킨슨이 ‘One day more’를 선창하고 역대 마리우스(마이클 볼), 코제트(레베카 케인), 에포닌(프랜시스 루펠)등이 동참하고 드디어는 모든 엑스트라로부터 주연 배우들의 합창으로 이어진다.
이름 없는 배우로부터 저 맨 꼭대기의 관객에 이르기까지 배우와 청중이 하나가 되어 부르는 ‘One Day More’는 가사의 내용처럼 “새로운 세상이 열려 민중이 왕이 되는 그날까지 함께 가는 것”을 소망하기에 가슴으로부터 차오르는 뜨거운 감동이 있다(감동이란 말을 몇 번 사용하는 거야…….ㅎㅎ)
몇 푼의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내연남자와 짜고 남편을 죽이고, 성적인 본능을 채우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성의 노리개로 삼고, 오직 나만의 성공을 위해 질주하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이 공연이 주는 의미는 이런 천박한 세상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 팀들이 보여준 것처럼 25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서로 어깨를 같이하며 끊어지지 않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는다.
내가 죽으면 진혼곡으로 쓸 곡을 선정했다.
‘Bring Him Home’이다. 죽기 직전의 장 발장이 부르는 이 곡은 아름다운 슬픔이 있다. 특히 알 피보의 미성은 나 자신을 천국으로 능히 이끌어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
‘하늘의 신이시여
내 기도 들으소서.
주께 날 맡깁니다.
당신 곁에 있게 하소서
지금 갑니다.
날 맡깁니다.
집으로 데려가소서.‘
죽은 뒤에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이 공연은 영혼이 메마르거나 더러워지면 꼭 정화용으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배경음악은 알피 보의
‘Bring Him Home’입니다
https://youtu.be/_Jw4pBoD5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