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궁 제왕의 첩' 리뷰
“포르노 영화 같다?”
극장을 나서며 아내가 한 말이다.
“이 사람아, 무슨 포르노야!”
야한 영화를 전혀 보지 못한 아내에게 충격적인 장면이 몇 개 있었나 보다.
‘후궁’ 이 영화는 작품성 보다 여배우의 노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는 마케팅을 의도적으로 구사했다. 김대승 감독 자신도 이 영화의 노출 장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노출 수위는 물론 정사신 자체도 굉장히 강하지만 대부분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감정신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다."
여배우의 노출신이 화제가 되는 영화는 호기심 때문에 관객을 동원할지는 몰라도 작품성이라는 면에서는 치명적인 상처를 갖는다. 이 영화에 대한 평점이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는 성원 대군(김동욱)이 신하들과 함께 사냥하는 것으로 시작이 된다. 화면은 빠르게 전개되는데 성원 대군이 말에서 떨어져 구르는 장면은 긴장감이 있는데 대군이 말에서 떨어졌다 할지라도 본체만체하는 권유(김민준)를 통해 앞으로 전개될 두 남자의 갈등을 엿볼 수 있다. 참판의 딸인 화연(조여정)은 같은 집에 사는 권유와 사랑에 빠지지만, 이들에게는 넘지 못할 신분의 차이가 있다. 영화는 초기부터 권유와 화연의 사랑을 농도 짙은 애정 장면으로 보여 준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둘의 사랑을 좀 더 애절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면 뒤에 전개되는 아픈 사랑에 대한 공감대가 있을 것 같은데 애정 장면 한방으로 화끈하게 끝낸다. 하룻밤을 같이 보낸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그러나 바로 아버지에게 붙잡히고 화연은 권유를 살리기 위해 원치 않는 궁으로 들어가 중전의 자리까지 오른다. 권유는 자신의 남근을 거세한 신 참판에 대한 대갚음과 자신만 살겠다고 궁으로 들어간 화연을 원망한다. 굴욕적인 내시의 삶을 사는 그는 분노와 복수의 감정을 격양시키며 복수의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성원 대군은 대비인 어머니(박지영)에 의해 원치 않는 왕이 되었지만, 그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모든 권력은 어머니에게서 나왔고, 심지어 중전과 첫날밤을 보낼 때도 어머니의 지시에 의한 합궁을 하는데 그는 굴욕감을 느낀다. 이렇게 잠자리도 어머니의 지시를 따를 정도로 허약한 왕에 불과한 존재다. 왕이라는 자리에 있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누릴 수 없는 자리에 있었기에 그는 화연에게 집착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욕망의 근원인 화연을 차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그의 행위를 보면서 파멸은 누구 때문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만든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보면 성원 대군은 가장 불행한 삶을 살았다.
영화는 이렇게 화연이란 여인을 두고 두 남자가 벌리는 사랑싸움쯤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영화의 핵심은 권력을 향한 대비와 화연의 암투가 중반 이후의 흐름을 이끌어 간다. 개인적으로는 대비 박지영의 남자답고 선이 굵은 표독스러운 연기가 마음에 들었고 이에 대응하는 화연도 겉으로는 여리지만, 속으론 누구보다 강한 권력욕을 가슴에 숨기고 있는 모습도 공감대를 얻는다. 영화의 갈등 구조는 두 여인에게서 나온다. 화연은 권력을 잡기 위하여 권유를 버리고 성원 대군을 이용하는데 대비보다 더 잔인하고 무서운 여인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궁으로 들어올 때는 여린 마음과 사랑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순박한 여인이었지만 궁이라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히 상대방을 무너트려야 산다는 것을 알기에 강인한 여성으로 변한다. 영화는 결말에서 화연의 변화를 “어머니는 강하다!”는 것으로 표현한다. 모든 영화는 마지막 반전이 주는 공감대에 따라 “수작이냐 범작이냐?”로 나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결말이 전혀 당위성이 없었기에 감동도 소멸하고 말았다.
화연과 성원 대군의 정사 장면에서는 색계의 탕웨이를 생각했다.
색계는 무척 수위가 높은 장면이 오랫동안 지속이 되지만 야하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죽여야 할 왕조위를 증오하면서도 그의 몸을 받아들이며 서서히 육체의 쾌락 속으로 빠져드는 그녀의 이중적인 심리 묘사가 탁월했기에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후궁에서는 오직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정사이기에 흔들리는 화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더 냉철하고 악마적인 얼굴로 그려져야 하는데 예쁘고 착하게만 보인다. 근데 이 영화 속에 정사 장면은 왜 남자들의 엉덩이만 그렇게 보여 주는지 모르겠다. (그 엉덩이 보일 때마다 솔직히 난감하더라…. ㅎ ㅎ ㅎ)
역사적인 고증은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 등장한 의상들은 멋지고 화려하다. 의상이나 미술 부분에서는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노출보다는 궁중의 암투를 좀 더 밀도 있게 화연과 권유의 사랑을 전개 부분에서 길게 보여 주었으면 격조 있는 사랑으로 다가와 여운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성원 대군의 내적인 갈등을 깊이 있게 표현하고, 그가 왜 그렇게 화연의 몸을 탐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 주었다면 인물에 대한 공감대가 크지 않았을까? 란 아쉬움이 있다.
영화의 감동은 결국 인물에 대한 공감대에서 얻어지는 것인데 그 부분에서 김대승 감독의 연출은 남녀 주인공을 강가에 반짝이는 아침햇살처럼 빛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갖게한다.
배경음악은
후궁 ost 중
서영은의 '꽃이 진다'입니다.
https://youtu.be/HXvXh1COCdM?si=KGx2LvfdaVHunz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