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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Oct 29. 2022

진공관 앰프와 슈베르트의 음악

슈밤메를(schuwammerl)이었던 루저



파마를 한 것 같은 곱슬머리와 지식인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얇은 테안경. 크고 맑은 두 눈동자. 강인함을 느낄 수 있는 굳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엷은 미소. 우리가 많이 본 슈베르트의 초상이다. 그를 표현할 때 ‘천상의 방랑자, ’순결한 청년의 영혼‘등으로 이미지화했지만 실상 그의 별명은  ’슈밤메를(schuwammerl)이었다고 한다. 그 뜻은 ‘작은 버섯’으로 155센티 정도의 키에 배가 나온 그의 모습을 조롱한 모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 맑아 보이는 두 눈은 심한 근시였고 담배에 찌든 치아와 술을 좋아했기에 여자에게는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순결한 청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슈베르트는 31살의 나이에 매독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베마리아, ’세레나데‘ 등을 들으며 그 아름다운 선율에 가슴을 떨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도 지구상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가?

그런데 “매독이라니?”

분명 슈베르트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은 병이지만 아침, 아니 새벽에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사창굴을 나오는 슈베르트의 모습을 통해 그의 절망을 상상할 수 있다. 비참하고 더러운 자신의 모습에 절망할수록 그의 영혼은 순결해진 것이 아닐까?
누구나 그의 음악을 들으면 첫사랑의 아름다움을 떠 올리고, 성녀로 일컬어지는 마리아에게 나아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의 더러운 영혼을 세례받기 위해 슈베르트를 듣는다.

이럴 때 생기는 욕심은 좀 더 나은 오디오 기기를 사용해 음악을 듣는 것이다.
누구처럼 1억짜리 스피커는 아니더라도 내 형편에 맞게 몇십만 원짜리 스피커로 바꾸더라도 삶은 풍요로워질 수 있는데 문제는 아내의 눈초리다. 예전에 포스팅한 것처럼 “하만카돈 스피커가 있으면 내 인생이 행복할 거야!”란 주문을 외웠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포기하고 말았다. 그 욕심이 눈 녹듯이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만카돈 사운드스틱4의 이미지


자나 깨나 하만카돈 생각만 하다가 발견한 것이 노브사운드 진공관 앰프다. 성능보다는 빨간색의 매력적인 바디와 파란색, 오렌지색이 전해주는 따스한 감성에 마음이 녹는다. 작은 진공관 2개로 음질이 얼마나 달라질까?란 의심도 있지만 아날로그 사운드가 전해주는 부드러운 매력은 있다.(내 귀로는 모르는데 평이 그렇다)가격도 12만 원대, 제일 좋은 것은 작은 부피이기에 아내에게 들킬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해외직구로 구매했기에 20여 일을 기다렸다.

노브사운드 진공관 앰프


언박싱의 설렘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듣는다. 이름있는 성악가가 부른 곡도 좋지만 나나 무스쿠리의 낭랑하고 담백한 목소리도 좋고 가을에 잘 어울리는 첼로와 피아노 협주곡도 좋다. 아침 시간에 갖는 삶의 여유는 커피 한잔과 함께 듣는 슈베르트의 음악이다. 루저였기에 더욱 친근감이 가는 그의 삶과 함께….

https://youtu.be/YG4E1X93ppo


슈베르트 - 세레나데 fromcello | Schubert [Serenade D.957, No.4]

슈베르트 - 백조의 노래 中 제4곡 세레나데Franz Schubert (1797~1828) - Schwanengesang D.957, No.4 Ständchen fromcello.#세레나데#serenadecello#렐슈타프의시로만들어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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