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일 Jun 22. 2024

쎄일의 독서 일기

( 24년 6월 13일. 목. 맑음)

1. 오늘, 나만의 순간 줍기 (1일 일줍 – 나만의 순간 모으기, 나를 즐겁게 한 것)



햇빛은 싫고
바람이 좋은 날이다.

더위를 피해야겠기에 냉커피 한 잔 텀블러에 넣고 운현궁으로 향했다.
‘노락당’을 바라보는 툇마루에 앉아 책 몇 페이지 읽으며 냉커피를 마신다.
직장인들이 모여 점심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마룻바닥에 대자로 누워 뻗은 친구도 있고, 기둥에 어깨를 기대고 편안한 자세로 대화를 나누는 친구도 있다. 집주인인 대원군도 누리지 못한 호사를 감히 평민들이 누리고 있다.

나이 들수록 삶이 단조롭다며
인생이 재미없음을 습관적으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도 커피 한 잔과
책 몇 줄 읽은 것으로 인해 소확행의 삶을 누릴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2. 오늘의 독서

1) 배경음악(my playlist)

아버지가 68세에 생을 마치셨다. 아들도 올해 68세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아들이 아버지보다 더 오래 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홀로 있는 시간 맥주 한잔 하면 아버지가 보고 싶다.
생전에 술을 좋아하셨던 그분의 삶은 결국 술로 인해 패배자의 삶으로 종결되고 말았다. 그 모습이 싫어 사춘기 시절 아버지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고 경멸했던 아들은 아버지 나이가 돼서야 그분의 삶을 이해한다.

고향을 떠나온 가족이 임진강까지는 무사히 피난을 함께 내려오셨다고 한다. 그러나 강을 건널 수 없었기에 아버지는 배를 구하러 가셨다가 가족을 잃고 홀로 3.8선을 넘으셨다. 함께 고향을 등졌던 부모와 아내, 자식과 생이별을 한 아버지는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초처럼 사셨다. 돈 좀 버셨을 때도

“나 고향에 아내와 자식 땅과 재산이 있다.”

며 땅 한 평 사놓지 않은 우리 아버지 ㅠㅠ
그 모습이 싫어 원망하며 살았는데 날이 갈수록 그분이 보고 싶다.

https://youtu.be/M3HR8Wm6Y7E?si=XrMJbSNBUo6QGckq


술만 드시면 구슬프게 부르셨던 수심가(愁心歌)를 떠올린다.
‘임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애틋한 심경’을 표현한 서도 민요라 하는데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셨다.
손자뻘 되는 아들에 대해 기대가 크셨기에 ‘세일’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지어주셨는데 ㅠ

2) 독서

(1) 제목: 매일 읽겠습니다
(2) 저자: 황 보름
(3) 읽은 페이지 : 80p부터 100p까지

(4) 기억하고 싶은 문장

프랑스에 자신만의 도서관을 짓고 그 속에서 행복을 누리고 있는 알베르토 망구엘이 《밤의 도서관》에서 한 말이다. “규모가 어떻든 간에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두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기억과 망각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 독서가는 이익을 얻는다.”

치열함이라곤 없는 나는 도서관에 올 때면 그저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책을 고른다. 도서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단지 ‘읽고 싶다’는 느낌만 있을 뿐이어서 내가 ‘어떤 책’을 읽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도서관에 도착하면 미지의 세계를 구경하듯 우선 이 책, 저 책 눈에 띄는 대로 둘러본다. 그러다 ‘이 책이다’ 싶은 책을 발견하면 그 책을 집으로 가지고 와 (나는 망구엘처럼 나만의 도서관이 없으니) 내 방에서 읽는다.



(5) 생각이나 느낌 쓰기

40대 중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절을 만났다.
선의를 악의로 이용한 두 사람에 의해 인생이 거덜 나고 말았다. 방 2개가 있는 서울 구로구 고척동으로 올라와 조그만 빌라에서 월세를 내며 3 식구가 살았다. 집이 좁기에 아들은 평택에 있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해야만 했다. 아내는 몇 개월을 울더니 돈 벌러 가겠다고 한다.

철없는 남편은 홀로 집에 있는 것이 무료했기에 집 앞에 있는 도서관으로 출퇴근하며 책을 읽으며 지냈다. (그렇다고 마음 편한 것은 아니다. 늘 죽고 싶었으니까 ㅠㅠ)

인문서나 예술서를 1순위로 대출했지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지금의 말로 표현하면 순간순간 현타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데?”

책이 인생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하나님이 구원하신다고 믿고 살았으니까….)
그러나 이때는 책이 가장 가까운 친구고 스승이었다.

“아침 먹고 도서관으로,
점심 먹고 도서관으로”

이 생활을 반복했지만 재미없거나 지루하지는 않았다. 사람이 싫고 사는 것에 회의를 느낄 때 책에서 위로를 얻었고 삶의 의미를 발견했다. 이때도 YES24에서 책을 구입했기에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고 책이나 영화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YES24 파워 블로거로 몇 년 활동했고 방문자 수도 130만 명 정도된다. 활동 안 한 지 10년은 된 것 같다)

알베르토 망구엘은 “규모가 어떻든 간에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두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기억과 망각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 독서가는 이익을 얻는다.”라고 했지만
현실은 기억보다 망각이 훨씬 많은 독서를 하고 있다. 책 제목도, 저자 이름도 기억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책을 읽은 시간은 기억한다.

“오늘은 30분
어제는 1시간”

책과 함께하는 시간은 고급 취향을 가진 것이라고 믿는다.
허당이지만 정신이나 영혼은 고급스러운 남자이기를 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쎄일의 독서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