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일 Nov 19. 2022

이렇게 쉽게 글이 써질 수 만 있다면

도서 '작가수업' 리뷰

A4 용지 한 장 반이나 두 장 정도의 글을 쓰기 위하여 때로는 밥이 안 넘어가기도 하고 자신의 형편없는 글쓰기 실력 때문에 우울해진 경험을 책 좀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욕심 때문에 고수들의 글 쓰는 법을 배우기 위해 돈을 투자해서 강의를 듣기도 하고 책을 사기도 한다. 순간 친근하게 찾아온 감동은 한국은행에서 화폐를 찍어내는 것처럼 자동으로 글이 써질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지만 남는 것은 더 깊어진 한숨뿐이다. ‘작가 수업’도 그 착각을 즐기기 위하여 읽은 책이다. ‘현대의 모든 글쓰기 지침서의 어머니”로 불리는 『작가 수업(Becoming A Writer)』(1934)은 작가 및 작가 지망생을 위한 필독서로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읽혀 왔으며,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글쓰기 교재로도 이용되고 있다.’는 카피 문구는 매혹적인 유혹으로 다가온다. 이 책의 저자 도러시아 브랜디

‘재능은 배운다고 해서 트이는 것이 아니다.’

라는 전통적인 생각에 반기를 든다. 그녀는 “글쓰기는 타고나는 것이야?”라며 자신의 재능 없음을 조상 탓으로 또는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돌리는 잘못된 비관주의를 절제하며 그것을 심리적 문제로 단언한다. 저자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 메시지를 전하며 이 책 속에 비법이 있고 또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누구나 작가가 아닌 것은 노력의 부족으로 인한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무조건 의무적으로 쓰라고 한다.

“4시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으면 무조건 4시에 변명하지 말고 쓰라”

고 조언한다. 이렇게 무작정 쓰다 보면 꿈이 현실로 바뀐다며 눈물겨운 노력을 강조하는데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서 냄새가 풍긴다. “안 된다. 한다.”등의 단정적 동사가 남발되기에 초반에는 좀 읽기 거북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 저자의 생각에 조금씩 설득을 당한다.

‘작가수업’은 책 제목처럼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에 대해 가르쳐 주는 책이다. 학교 다닐 때의 교실 풍경을 생각해보라? 수업시간이 정말 재미있었던 친구가 몇 명이나 될까? 난 결단코 그 시간보다 쉬는 시간에 도시락 먹는 것이 유일한 재미였다. 같은 소리를 반복하며 소리 지르는 선생님처럼 이 책도 재미보다는 지루하다. 그러기에 몇 번씩이나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읽은 것이 아까워 겨우 읽은 책이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처럼 다 읽고 책 내용을 정리해 보니까 자신의 글쓰기를 향상할 수 있는 적지 않은 도움이 있다. 특히 자신의 재능에 대해 회의하거나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많은 사람들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이들에게 따끔하게 충고한다. ‘작가라면 누구나 이러한 낙담의 기간을 경험한다. 전도유망한 작가들은 물론이고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 지점에 이르러 직업을 바꾼다. 물론 때로는 영감의 힘에 의지해, 때로는 순전히 끈기에 의지해 낙담의 수렁 맞은편으로 올라서는 사람들도 있다.’ 낙담은 어느 날 스멀스멀 찾아와 자신을 온통 부정적인 생각으로 뒤덮지만 모든 삶에는 슬럼프가 있다.

젊었을 때 읽었던 김남조 시인의 에세이 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사랑이 떠났을 때 여대생은 그 아픔을 있기 위해 채석장에서 돌 캐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어느 날 시인을 찾아온 그녀의 얼굴은 까맣게 타 있었지만 영혼은 맑게 빛났다고 한다. 그래, 직업 작가는 아니라 할지라도 때론 리뷰 하나 쓰는 것도 끙끙거리며 자신의 생각 없음에 화를 내기도 하고 평범한 문장 때문에 한숨을 쉬기도 한다. 이것이 보편적인 모습이기에 저자는 ‘질투, 낙심, 분노는 글이 흘러나오는 샘을 오염시킬 뿐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한시라도 빨리 오염 원인을 찾아 흔적조차 남지 않게 완전히 없애야 한다.(108쪽)고 말한다. 자신보다 더 글 잘 쓰는 사람에 대하여 질투하고, 자신의 솜씨 없음에 대해서는 낙심하기에 상대방과 자신에 대하여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은 글쟁이가 되고 싶은 모든 독자들의 아픈 경험이다.



저자는 이런 낙심에서 벗어나는 길은 끊임없이 쓰는 것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제는 무조건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을 자신만의 문체로 만들어 가야한다. 이 책의 속표지를 넘기면 멋진 글이 눈에 들어오는데

‘진정한 독창성은 새로운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에서 나온다.’


이 책의 주제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멋진 말이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말이 열매 맺기 어려운 것은 나만의 시각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저자는 관찰을 강조한다. 관심을 갖고 볼 때 숨겨진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은 시인의 짧은 시 ‘그 꽃’은 관찰의 중요성을 한 줄의 시로 표현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정상을 정복한다는 일념 때문에 오를 때는 주변 풍경이 잘 보이지 않지만 하산할 때는 마음의 여유로움으로 인해 이름도 모르는 들꽃이 보이고 그 아름다움을 이제야 발견한다. 작가는 그래서 보라매의 눈이 필요한 모양이다. 사물을 관찰하고 보통 사람은 보지 못하는 삶의 진리를 발견할 때 비로소 새로운 시각은 빛을 발한다. 이렇게 저자는 글쓰기 기교보다는 작가가 부딪치는 근본 문제의 해결에 대해서 말한다. 그 근본 문제는 자신감, 자존감, 자유다.

자신은 이 3가지 근본 문제 중에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자신감이란 생각을 한다. 남의 글과 비교를 하고 거기서 나오는 열등감은 자연스럽게 자존감을 떨어트리기에 글은 자유보다 구속으로 다가온다. 이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주옥과 같은 금언들이다. 각 목차마다 글쓰기와 인생에 대한 교훈을 깨닫게 해주는 금언들이 두 개씩 들어있다. 그중의 하나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어버린 작가에게 멋지고 힘이 되는 말이 있다.

‘동료나 선배보다 나은 자가 되려고 애쓰지 말라. 자신보다 나은 자가 되려고 노력하라’
                                         - 윌리엄 포크너 -

글쓰기의 경쟁자는 남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다. 자신이 만족하는 글을 쓰기 위하여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을 기다리고, 하나의 문장을 만들기 위하여 수없이 Delete 키를 누르며, 벽에 아둔한 머리를 박고 싶은 충동이 인다면 그는 작가라고 불려도 좋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항해하기 위해 닿을 올린 배와 같기 때문이다. 배는 항구에 머물러 있을 때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어떤 어려움과 고통이 있을지 모르지만 저 깊은 바다로 나갈 때 가치가 있다. ‘작가 수업’은 독자들에게 항해하고 싶은 욕망을 주는 책이다. 좋은 책은 자신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착각을 주기 때문이다.

배경음악은

Bon Jovi(본조비) - It's My Life 입니다.

(윗집에서 쫓아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ㅎ)


https://youtu.be/_Yt9Xfo4VN4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에 미친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