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추기(思秋期)도 지나고...

영화 '쉘위 댄스' 리뷰

by 이세일

외로움이 새벽안개처럼 몰려오는 날이 있어.
삶이 무거운 짐으로 다가올 때 난 상대방이 던지는 잽에 의해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권투 선수와 같아. “피해야 해, 일어나야지?”라며 이를 악물며 버티지만, 상대방은 여유로운 웃음을 던지며 결정타를 집어넣지. 이때 찾아오는 외로움은 반가운 친구는 아냐…….ㅠㅠ

흔히 인생을 계절에 비유하잖아. 어린 시절은 봄이고 젊음은 뜨거운 여름, 중년은 쓸쓸한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낙엽이라고……. 주어진 삶에 순응해야 하고 어떤 일이 있다 할지라도 버텨 살아남는 것이 꿈이 된 나이를 중년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어. 이렇게 마음이 심하게 요동치는 날은 영화나 음악을 통해 자신을 위로해.

영화 쉘 위 댄스(Shall We Dance?)를 다시 봤어.
마흔 줄에 들어선 남자 주인공 스기야마를 통해 내 모습을 보기 때문이야. 비록 융자를 받았지만, 친구들보다 일찍 예쁜 집도 장만했고 직장에서는 인정받는 회사원이고 아내에게 사랑받는 남편이지. 그는 작은 성공을 이루었고 겉으로 보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보통 사람의 모습인데 그가 지쳤어. 밋밋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권태로 느껴질 때 삶은 외로움이 찾아오고, 그때 우리는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가슴 뛰고 그리움에 잠 못 드는 사랑을 생각하잖아?



어느 날 전철 안에서 스기야마는 무심코 창밖을 보는데 그의 시선이 사교댄스 교습소의 창가에 서 있는 한 여인(원장)을 발견했는데 진한 외로움이 느껴지는 거야. 순간 스기야마의 가슴은 배터리를 새롭게 갈아 끼운 장난감 병정처럼 힘 있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현실은 불가능하다 할 지라도 내 나이의 사람들은 이런 사랑을 꿈꾼다고 나는 믿어. 이때부터 스기야마는 마음을 흔든 여인을 만나기 위해 댄스 학원에 등록하고 그녀와 함께 춤추는 사랑을 그려. 고등학교 시절 하나님을 사랑하기보다는 군청색 교복에 하얀 카라가 어울리는 소녀를 보고 싶어 열심히 교회 다녔던 시절. 그녀가 들려주는 ‘은파’나, ‘엘리제를 위하여’를 들으며 가슴 뛰던 때의 두근거림과 같은 거야. 언제나 사랑은 설렘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그러나 사랑은 어렸을 때 타고 놀았던 시소처럼 균형 잡기가 어려워. 그게 사랑의 아픔이잖아. 봄 햇살에 녹아 이제 막 머리를 내민 새싹과 같은 스기야마의 마음은 모멸 찬 마야의 한 마디로 인해 완전히 시들고 말지.

“불순한 마음으로 댄스를 배우지 말아 주세요?”



한 중년 남자의 설렘을 불순한 마음으로 매도하는 마야의 말 한마디로 상처를 입지만 그는 이 일을 계기로 진정한 댄스를 배우게 돼. 이때부터 그의 일상은 활기로 넘쳐.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몰래 스텝을 연습하기도 하고, 비 오는 날 아무도 없는 지하철역 근처의 공터에서 혼자 춤을 추며 실력을 키우지. 남들의 시선으로는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이겠지만 스키아먀는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얻게 돼.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이야.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 중년은 무기력한 삶에서 헤어나지 못하기에 삶의 만족이 없잖아.

베토벤이라 불리기를 좋아하는 김정운 교수의 이야기가 공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
“외로움, 휴식, 자기반성, 이 3가지가 창조적인 삶을 이끈다.”

사람들은 자신의 외로움을 극복해 줄 대상을 찾잖아. 스기야마도 우리도 그렇다고 생각해. 그러나 진정한 외로움은 자신을 성찰하게 되고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찾게 만들어. 스기야마는 춤을 통해 자신을 찾고 무기력했던 삶은 물 먹은 창호지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있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기력한 삶의 모습도 스기야마처럼 극복되어야 한다고 믿어.



꼭 춤은 아니더라도 내 일상에 활기를 가져오는 한 가지쯤은 있으면 좋겠다.
경화야 책이나 영화, 음악, 사는 이야기 나누는 것도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물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어야겠지. 너하고는 책 이야기가 좋아.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쓰고 그것만으로도 벅차겠지.
그래, 책으로 이야기 나누자, 보고 싶거나 생각나면 서로 쪽지 보내고……

안녕!!


영화 '쉘 위 댄스' 중 'shall we dance'입니다.


https://youtu.be/Yqd3z0r9E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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