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워라 내 돈, 내 책

소장해야 할 장영희 교수의 수필집

by 이세일


78세가 된 가수 조영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안티층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많은 대중은 그의 가벼운 언행으로 인해 그를 쉽게 비난한다. 그러나 그가 쓴 책을 한 줄이라도 읽었거나 살아온 삶을 알게 된다면 생각이 바뀌리라 생각한다. 조영남을 좋아한다. 이유는 그의 자유로운 삶과 해박한 식견, 폭넓은 인간관계 때문이다. 혹시라도 조영남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친구라면 가장 쉬운 것이 작년 중앙 SUNDAY에 연재된 ‘조영남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 예스터데이’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터넷 검색하면 그가 쓴 모든 글을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읽을 수 있다. 그런데 행간은 가볍지 않다. 이유는 진실한 인간관계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가수 조영남을 언급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 아니라 장영희 교수의 수필집에 대해서 말하기 위함이다. E-book이 아직 독자들에게 알려지기 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하여 YES24, 교보, 올레 이북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본인도 책을 저장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일찍 이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약 3,000권 정도 소장하고 있는데 문제가 생겼다. 몇 년 전 올레 이북이 망해 바로북이라는 회사로 모든 책의 소유권이 넘어간 것이다. 올레에서 사들인 책이 약 400만 원 정도가 되는데 저작권 문제로 인해 절반 정도만 이관이 되고 말았다. 돈으로 따지면 200만 원 정도의 손해를 본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은 얼마 전 바로북에 들어갔더니 앱이 실행이 안 되길래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다시 설치했는데 마찬가지 증상이 나타나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바로북이 망해 무슨 회사로 넘어간 것이다. 회사 이름을 검색했더니 성인 만화와 웹툰을 팔고 있었다. 당연히 본인이 구매한 책도 몽땅 사라지고 말았다. 순간 “이 나쁜 X들”이라는 비속어가 나온다.

지금도 그렇지만 사들인 책의 10%도 읽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에 이북 같은 경우는 중복해 사는 경우가 꽤 있다. 종이책이야 책꽂이에 진열되어있기에 눈팅이라도 할 기회가 있지만, 이북은 태블릿 PC 안에 있기에 열어보지 않으면 볼 기회가 없어지고 만다. 올레에서 산 500권의 책 중에서 기억되는 책이 몇 권 있는데 장영희 교수의 수필집 4권이다.

YES에서 검색했더니 이북은 없고 종이책만 보인다. 구입하고 싶은데 10년이 넘었으니까 중고 책으로 사면 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북(본인이 이용하는 중고서적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했더니 장영희 교수의 책들이 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더군다나 최상급이다.
웬 횡재!!
사라진 400만 원보다 몇만 원 이득 본 것이 더 기쁜 자신을 보며

“나 왜 이러지”


며칠 전 사들인 장영희 교수의 책을 책장에 꽂으며 흐뭇해했는데 그중에 한 권 ‘내 생애 단 한 번’ 중에서 조영남을 언급한다. 그는 약간의 흑심(?)을 가지고 오직 장영희를 위한 생일 콘서트를 준비했다. 이 특별 쇼는 PD 주철환으로부터 조영남의 절친들이 모두 참석해 멋지게 끝났는데 장 교수가 그때 일어난 일을 책에서 언급한 것이다.
“헤이리 콘서트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자 저희 학교에선 난리법석도 아니었어요. 사방에서 전화가 걸려 오고 학생들이 물어오고 이메일이 날아왔습니다. ‘조영남과 보통 관계가 아니라던데 사실이냐.’ 그래서 제가 일일이 말해 줬습니다. ‘얘들아! 그런 소리 말아라. 나같이 깨끗한 사람이 조영남 같은 한 번 갔다 온 사람과 사귀는 건 너무 억울한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장영희 교수는 결혼하지 않았다. 아쉽게도 2009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기에 아쉬움이 크다. 더 좋은 글을 만날 기회가 사라지고 말았으니까)



지금처럼 가을이 깊어져 갈 때면 항상 꿈을 하나 갖는다. 좋은 사람들끼리 만나 가을 단풍이 멋진 펜션에서 사는 이야기 하는 거다. 한 사람을 향한 가슴앓이는 할 나이는 지났지만 순수한 사랑은 나이를 떠나 아름답지 않은가?
슈만의 부인 클라라를 평생 사랑한 브람스, 기생 박녹주를 향한 김유정의 무모한 사랑, 이영도를 향한 청마 유치환의 지고지순한 사랑 등

사랑이 있으므로 사람의 마음과 세상은 오색으로 물든 단풍처럼 고운데 책이 그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이 가을 장영희 교수의 수필집 한 권이 소중한 이유다.

https://youtu.be/zM4U7tIFB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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