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온다면 아내의 모성은 최고치에 다다른다. 며칠 전부터 마켓과 인터넷에서 음식 재료를 준비하며 신나게 움직인다. 다른 집은 시켜 먹든지 외식을 한다는데 아내의 철칙은 “딸이 집에 오는 이유는 엄마가 해준 밥과 자신이 살았던 삶의 공간이 그립기 때문이야”라며 무조건 좋아한다. 지난 금요일에도 사위와 딸, 아들과 함께 모여 와인 한잔하다가 딸이 “내년에 엄마 환갑이고, 나도 임신해야 하니까 1월에 해외여행을 가자”고 한다. 아빠를 위한다며 일본의 후쿠오카 온천 마을을 가자고 하기에 좋다고 했다. 10월부터 일본 항공이 풀렸기에 예매를 한다며 여권을 내놓으라고 한다. 다들 여권을 가지고 오는데 내 여권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내가 함께 보관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자기 것만 있고 내 것은 모른다는 것이다. 여권이 있을 법한 책상과 책꽂이 등을 땀 흘리게 찾았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내 여권이 없어 일단 항공권 예매는 취소했다.
“아빠, 얼른 여권 만들어”
주일날 아침을 먹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 여권도 ‘정부24’에서 신청하면 온라인 발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관공서, 은행 등을 가본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난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해결한다. 사진 한 장만 있으면 ‘정부24’에 들어가 바로 신청할 수 있는데 문제는 사진이 없다. 아들에게 카메라를 주고 한 장 찍어달라고 했다. 아들은 연속 10컷 정도를 찍더니
“아빠가 선택해”
아! 근데 사진 속에 있는 얼굴이 왜 그리 낯설까? 도무지 자신의 얼굴로 인정하기 어려운 노인 하나가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현실을 인정해야지, ㅠ 여권 사진 규격이 3.5 × 4.5라는 것을 알기에 사진을 규격에 맞춰 오려서 신청하고 “난 대단한 사람이야 이 나이에 이 어려운 것을 해내다니“ ㅎㅎ 라며 대견해하고 있는데 이 기쁨이 끝나기도 전에 메시지가 뜬다. “사진 규격이 맞지 않아 접수할 수 없습니다“란 내용이다. ”뭐가 문제지?“ 자세히 보니까 사진이 용량을 초과했다. 카메라 사진이기에 80만 바이트가 넘는 크기다. 사진의 용량을 가로 400 픽셀, 세로 500 픽셀로 맞춰 다시 신청했다. 이번에도 몇 번의 인증을 거쳐 접수했는데 또 반려다.
”뭐야 또?“ 배경색이 흰색이 아니란다. 최대한 흰색에 가까운 벽을 배경으로 찍었는데 사진은 베이지색에 가깝다. 배경색을 바꾸려면 뽀샵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뽀샵을 할 줄 모르니 ㅠ. 포기할까? 은근 열이 났다. 모를 때는 구글링이다. 검색했더니 ‘PhotoScape3.7’이란 프로그램이 배경색을 쉽게 바꿀 수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쉽다고 한다. “좋아!“ ‘PhotoScape’를 설치하고 시도해 봤는데 만만치 않다. 완전 흰색이 나와야 하는데 어렵다. ”이 정도면 흰색이지 “란 생각에 3번 더 시도했으나 여전히 배경색에 문제가 있다며 반려된다. “아! 짜증” 시간도 3시간이 지나 아내는 점심 먹으라고 연신 호출이다. ”알았어“ 드디어 6번째 와우, "접수 완료!! 되었습니다. 1만 5천5백 원 송금하세요“ 역시나, 흥분된 마음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난 늙지 않았어”라며 자신을 향해 격려까지 하면서 좋아했다.
월요일(어제) 아침 9시가 조금 넘었는데 031 지역번호 표기가 된 전화가 왔다. 스팸인 것 같아 안 받으려고 했는데 왠지 받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수신했더니 웬 여자분 목소리다. “김포시청 여권과인데 어제 여권 신청하신 이세일 님이시죠? “ ”예“ ”여권 신청의 사진이 규격에 맞지 않아 반려했으니 사진을 바꿔 다시 신청해 주세요“ ”뭐야?“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전화를 끊었는데 문자까지 왔다. 사진이 반려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안경 그림자가 눈 경계 침범. 약간 측면 모습이기에 반려되었다고 한다. ㅠ
순간 갈등, ”다시 찍을까?, 사진관을 갈까?“ 마침 아내가 준엄한 명령으로 ”인감 2통을 오늘까지 발급받아 놓으라“고 하기에 결정했다. ”나 사진 찍으러 간다“ 감사하게도 시청이나 행정복지센터가 10분 거리이기에 그리 힘들지는 않겠다. 우선 사진관에 들러 여권 사진을 찍었다. 여사장님은 연신 ”얼굴 오른쪽으로, 어깨에 힘주지 마시고 살짝 웃으세요” 문제는 미소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웃으려고 애쓰지만 썩소나, 어색한 미소뿐이다. 이번에도 인정하기 어려운 모습의 사내가 겸연쩍은 미소를 짓고 있는 표정의 사진이 눈앞에 보인다. 여사장님은 능숙하게 사진 보정 프로그램을 통해 내 얼굴을 40대 정도로 만들어 놓았다.
인정. 분명 내 얼굴이다. 살짝 입가에 미소가 생기며 “그리워라, 저 시절, 나 다시 돌아갈래” 영화 ‘박하사탕’의 대사를 읊으며 시청여권과로 갔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경직된 내 모습 “어디로 가야 하지?, 방역 체크는 해야 하나?”로 망설이고 있는 자신을 보았는지 내 연배의 남자분이
문제는 번호표를 뽑았는데 대기인원이 24명이다. 순간 갈등. 집으로 가, 참고 기다려 “기다리자”로 결론을 냈는데, 문제는 바삐 나오다 보니 핸드폰 충전이 안 되어 사용할 수가 없다. 무료하게 우두커니 앉아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웬만하면 태블릿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책 읽으면 된다. 문제는 대기는 생각을 안 했기에 맨손으로 달랑 나온 것이다.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 관공서를 싫어하는 이유다. 4명이 근무해야 할 창구는 여직원이 2명뿐이고 그나마 점심시간이 되니까 딸랑 여직원 1명이 근무한다. 짜증 ㅠ
1시간 30분 정도를 기다려 차례가 되었는데 이게 뭐라고 약간 긴장이 된다. 잘 진행이 되는가 싶더니 여권을 분실한 사람은 사유서를 써야 한다며 내 뒤의 사람을 먼저 해주겠단다. ㅠ. 사유서 쓰고 여권을 신청했는데 5년짜리가 있고 새로 나온 10년짜리가 있단다. 원래는 5년짜리 신청하려고 했는데 이 과정이 싫어 10년짜리를 신청했다.
“수수료 5만 원입니다”
시청을 나오며 하늘을 봤더니 하얀 구름 위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아! 드디어 하늘을 날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심심하면 비행기 잡기 놀이했는데 이제 날 수 있다. ㅎㅎ. 아내의 명령인 인감도 2통 발급받았기에 점심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문제는 냉장고에 뭐가 들어 있을까?
Hoang - Run Back to You (Official Lyric Video) feat. Alisa
� Your Home For The Best Electronic Music With Lyrics!Hoang - Run Back to You (feat. Alisa) Lyrics / Lyric Video brought to you by WaveMusic⏬ Download Ho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