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 I try, I try

영화 / '프란시스 하' 리뷰

by 이세일


상업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예술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인디영화는 대중적이지 않기에 많은 관객들을 모을 수 없지만 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필요한 장르다. 왜냐하면 실력 있는 감독이나 배우들을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란시스 하’도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의 유명 언론 매체와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으로부터 ‘2013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었으니까 작품성은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후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통해 서서히 인지도가 올랐다. TV나 영화도 나이층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는데 인디영화는 인생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작은 영화관에서 눈치 보지 않고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 영화는 장년층에게는 자신의 젊음을 돌아보며 아쉬움 속에서 한숨을 내쉬는 안타까움이 있다.



영화는 놀랍게도 흑백으로 시작된다. 첫 장면을 인상적으로 시작하기 위하여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인 줄 알았는데 흑백으로 시작해 흑백으로 끝난다. 이 시대에 흑백영화라니....... “왜, 노아 바움백 감독은 이 영화를 흑백으로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우선적으로 떠오른 생각은 주인공인 프란시스가 가지고 있는 현실의 암담함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라는 대답을 하며 첫 장면을 주시한다. 마치 쿵후 선수와 같은 모양새로 프란시스(그레타 거윅)와 소피(미키 섬너)는 장난기 짙은 싸움을 하고 있다. 하는 행동을 보면 사춘기 소녀들 같은데 나이는 27살이다.

“프란시스, 우린 세계를 정복할 거야. 너는 유명한 현대 무용가로 이름을 날릴 거고 나는 너에 관한 비싼 책을 써서 출판할 거야”

꿈도 야무지다고 했나? 그녀들은 무용가와 작가의 꿈을 가지고 뉴요커로 살고 있지만 프란시스는 아직도 평범한 연습생 신분이고 소피는 작가의 삶과는 너무 멀리 있다. 현실은 그녀들의 꿈을 배반하지만 감독은 이 현실을 아프고 무겁게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밝은 모습으로 현실을 이겨나가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동화되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고 장점이다.



'프란시스 하'는 프란시스와 소피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기에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이 난다고 할 정도로 그녀들의 일상을 과장되지 않게 그리고 있는데 장면들마다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프란시스의 남자친구인 레브는 동거를 제안하지만 그녀는 홀로 남겨질 소피 때문에 거절하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은 말다툼 끝에 헤어지고 만다. 레브는 자신이 소피보다 못한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자에게도 우정이 존재해?”라고 누군가는 말하지만 프란시스는 레즈비언 커플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가까운 소피와의 우정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긴다. 그러나 소피는 좀 더 좋은 아파트에 살고 싶기에 프란시스를 떠나겠다고 한다. 이것은 상처이고 배신일수도 있겠지만 프란시스는 현실을 인정하고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좀 더 싼 집을 얻기 위하여 벤지와 레브의 집에서 곁다리 껴 살아야 하고 그녀의 희망이었던 무용수의 꿈은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탈락됨으로 인해 사라지고 만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고 남아있는 것도 없기에 프란시스는 좌절하겠지만 그녀는 카드빚을 내어 1박 2일의 프랑스 여행을 떠난다. 무언가 달라질 것을 기대한 여행이었지만 파리는 프란시스에게 아픔만 더한다.



27살의 프란시스, 아니 이제 28살이 된 그녀는 무용수의 꿈을 포기하고 행정업무를 맡으라는 제의를 받고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나 먹고살기 위해 마지못해 수락하고 월급쟁이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28년 동안 자유로웠다면 이제부터 그녀는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삶을 살아야 한다. 물은 막히면 돌아가는 것처럼 인생도 한 방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프란시스는 그 길을 알았고 그녀의 삶에 안정을 가져온다. 구질구질한 집을 벗어나 자신만의 방을 갖게 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인 프란시스 할라데이(Frances Halladay)를 적어 우편함의 이름 기입란에 넣었지만 너무 길어 다 들어가지 못하고 Ha에서 접히고 만다. 인생은 끊임없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프란시스는 인생에서 더 소중한 것들을 많이 얻게 될 것이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Modern Love’가 흐르는데 ‘But I try, I try’ 란 가사만 기억이 난다. 영화 속에는 우정, 사랑, 가족, 자존감, 지켜줌, 꿈, 착함과 같은 소중한 가치들이 등장하지만 특히 젊음을 대표하는 단어는‘try’다.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 젊음의 특권이다. 아니 자신처럼 나이가 든 사람도 감동 있는 것을 보면 인생은 죽을 때까지 시도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들장미 소녀 캔디가 생각난 것도 그 때문이다.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중략) 내 이름은 캔디“


배경음악은


프란시스 하 ost 중에서

데이빗 보우이의 'Modern Love'입니다.

https://youtu.be/UwiGpIlS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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