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지켜주는 것

영화 '페이스 오브 러브' 리뷰

by 이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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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로맨틱 영화 중의 하나가 ‘Love Affair’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할지라도 메인 테마인 ‘Love Affair’는 “아! 이 곡” 할 정도로 널리 알려진 명곡인데 엔니오 모리꼬네 작품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이 곡이 흐르며 다시 만난 마이크(워렌 비티)와 테리(아네트 베닝)의 사랑은 누구나 꿈꾸는 아름다움의 결정체이기에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아네트 베닝의 짧은 파마머리와 귀여운 미소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 모습인데 11년 만에 그녀가 애틋한 사랑 영화 ‘페이스 오브 러브’로 돌아왔다. 아네트 베닝이 58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65세인 노년 여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은 변함이 없다. 아직도 머리 스타일은 짧은 파머를 고수하고 귀염성 있는 미소는 여전하지만 주름은 많이 늘었다. 그러나 그 모습이 예쁜 것은 그녀를 통해 우아하고 품위 있는 중년여인의 아름다움을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한 남성미를 보여주었던 에드 해리스가 아네트 베닝의 상대역으로 출연했기에 잘 어울릴까?라고 의심했는데 머리털이 없는 남자의 매력을 멋지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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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아프게 시작된다. 불이 꺼져있는 방 안에서 니키(아네트 베닝)는 의자에 몸을 맡긴 채 한잔의 술을 들이켠다. 그녀의 눈동자는 초점이 없고 삶에 지쳐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장면은 바뀌고 30년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남편 가렛(에드 헤리스)과 함께 멕시코로 여행했던 행복을 떠올린다. 영원히 자신을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했던 가렛은 저녁 수영을 하다가 바다에 빠져 익사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인간이 겪는 스트레스 중에 가장 큰 것이지만 더욱 큰 고통은 예고 없이 찾아온 죽음이다. 니키는 사랑했던 남편을 잊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5년의 시간이 흘렀다. 남자 친구에게 간다는 딸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니키는 LA 카운티 미술관에서 새로운 전시회가 열린다는 뉴스를 듣는다. 이곳은 가렛과의 추억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장소였지만 다시 그곳에 가면 남편과의 추억이 생각날 것 그동안 미술관에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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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일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그녀는 망설임 끝에 미술관으로 향한다. ‘과거로의 회귀’란 특별전의 이름처럼 그녀는 미술관 의자에 앉아 남편과의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한다. 이때 정원으로 나온 니키 앞에 남편과 꼭 닮은 남자가 벤치에 앉아있다.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놀란 가슴을 달랜다. 그날 이후 니키는 그 남자를 다시 만날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미술관을 찾다가 그 남자의 차를 발견하고 추적하지만 놓치고 만다. 그의 차 앞에 적혀 있었던 옥시덴탈 교직원 스티커를 기억한 니키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남자의 신상정보를 알게 되는데 그 대학의 미술사 교수인 톰 영(에드 해리스 – 1인 2역)이다. 다짜고짜 그 학교를 찾아간 그녀는 그가 수업 중인 강의실로 찾아가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이때부터 니키의 삶에 활력이 일어나고 삶의 의욕이 생긴다. 자신의 가슴속에만 남아있는 줄 알았던 가렛이 살아 돌아왔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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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도 니키처럼 상처를 가지고 있다. 아내였던 앤은 10년 전에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며 톰을 떠났다. 이 상처로 인해 톰은 그동안 그림과 멀어져 있었지만 니키를 만나면서 삶의 활력소를 얻는다. 심장이 뛰는 사랑의 힘으로 그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거침없이 진행되지만 이상하게 니키는 톰의 존재를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고 있다. 심지어 자신을 톰이 아니라 가렛으로 부른다. 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자 니키는 톰에게 멕시코로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고 두 사람은 가렛과 숙박했던 멕시코의 한 호텔에 투숙한다. 이때 니키는 톰에게 "당신이 좋아하는 바다수영하자."라고 말하지만 톰은 “나는 바다수영을 좋아한 적 없어."라고 말한다. 혼란스러운 톰은 니키에게 묻는다.

“날 사랑하긴 했어?”
“당신을 사랑해”
“둘 다 사랑했어”

니키의 사랑은 이기적일까? 톰은 그저 가렛의 그림자에게 불과한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사랑을 승화시킨 것은 톰이다. 자신이 비록 죽은 남편의 대용품에 지나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는 니키를 진정 사랑했다. 그 사랑의 힘은 10년간 그리지 않았던 그림을 그리게 했고 삶의 열정을 가져오게 만들었다. 나아가 상실감과 추억 속에 살고 있었던 니키를 구원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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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나타난 사랑의 모습은 다양하다. 비록 현실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할지라도 기적처럼 찾아오는 사랑이 있다. 니키와 가렛의 사랑은 사고만 없었다면 완전한 사랑이 될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30년 넘게 살아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먼저 떠올랐고 사랑은 많은 추억거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이 있다. 그래야 그 추억 때문에 한 사람이 떠나면 눈물도 좀 흘리지 않을까?.…….ㅎㅎ. 그렇지 않다면 남편으로서의 존재감이 너무 미미할 것이기에 앞으로 잘해야겠다는 기특한 생각도 한다.

가렛의 그림자처럼 보였던 톰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받아주며 이해하고 포용하는 승화된 사랑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톰 영의 유고전’에서 니키는 ‘내 사랑의 모습’이란 작품을 보게 된다. 수영장에서 막 나오는 니키의 모습을 그렸다. 이 그림 속에는 어두움과 근심 어린 표정으로 니키를 바라보는 톰의 모습과 밝은 표정으로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는 톰의 모습이 함께 그려져 있다. 톰의 두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감동이 된다면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는 것이란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가벼운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자신이 지켜줘야 할 사랑의 가치를 알고 싶다면 이 영화 진하게 다가오는 감동이 있다.


배우 김미숙님의 '페이스 오브 러브'

소개 영상입니다.


https://youtu.be/tAZZbsjik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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