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 작가의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중에서
'영목은 실제로 있는 지명이다.
안면도 바닷가에 있는 항구 이름인데, 있는 줄도 몰랐던 그곳을 시인은 인생 마지막 동지로 삼았다. 동해는 유난히 일출이 아름답고 서해는 유난히 일몰이 서러운 곳. 시인은 서해의 섬에서도 남쪽 끝, 더 갈 수 없는 곳에 서서 일몰을 보고 있다. 우리 인생에서도 그렇듯 이 시에서도 일몰은 ‘다 끝나간다’는 말이다.
‘내 인생도 저무는구나’를 알게 된 사람들은 일몰을 무심히 바라볼 수 없다. ‘벌써 이렇게 늙었구나’ 회한을 느끼면서도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불타오르듯 살고 싶어 한다. 거기서 시인은 중얼거린다. “아무것도 이룬 바 없으나, 흔적 없어 아름다운 사람의 길”이었다고. 그것이 바로 시인이 돌아본 자기 인생이었다. 수십 년이 단 한 줄로 요약되어 있었다. 윤중호 시인은 이미 죽고 없다. 하지만 유고 시집에 수록된 그의 마지막 시, 황혼 같은 시를 읽으며 나는 ‘사람으로 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 나민애 작가의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 중에서
이 책을 읽으며 네이버를 통해 영목을 검색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몇 번이나 안면도를 다녀왔기에 익숙한 곳인데 영목항은 처음이다. 지금처럼 안면대교가 놓이고 편리한 교통으로 인해 이 지역이 서해관광의 중심지가 되었지만, 예전엔 변방이었다. 왜냐하면 20대와 30대 시절엔 안면도보다 태안이나 만리포 등이 더 유명한 관광지였기 때문이다. 윤중호 시인이 이곳을 좋아했던 이유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란 상상을 해본다. 인파로 복작거리는 곳에서 보는 일몰은 탄성을 가져올지 모르지만, 시인처럼 “자신의 인생이 저물고 있다”는 슬픔에 잠기지는 않을 것이다.
왜 시인은 일몰을 보며 “아무것도 이룬 것 없다”라고 탄식했는지 알고 싶어 다시 네이버로 검색했더니 많은 양의 정보가 검색되는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췌장암으로 인해 48살의 나이에 삶을 마감한 것이다. 녹음이 우거진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푸르기도 전에 길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피어나지도 못하고 시든 꽃, 인생을 다 살지 못하고 떠난 사람에게는 공통으로 느끼지는 쓸쓸함이 있는데 “아무것도 이룬 바 없다”는 시인의 탄식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시인보다 근 20년을 더 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이룬 것은 없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았기에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말처럼 한때 무엇을 남기는 생을 성공의 조건으로 삼았지만 이젠 자신이 그런 부류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기에 이 나이에 누리는 행복이 있어야 하는데 아름다운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윤 시인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술 사고, 임금 주고 발품 팔아 글 얻어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꾸로 가는 사람이었어요, 선생님이.”
자신을 위해 살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떠난 시인을 그리워하고 추억한다.
*사진은 옥천닷컴에서 가져왔습니다.*
시인이 떠나자 제자 이대건 씨는 전북 고창군 해리면에 2001년 폐교한 나성초등학교를 마을도서관으로 바꾸어 책마을해리를 만들었다. 크게 △도서관 △공방 △북스테이로 나뉜다. 소장한 책은 15만 권을 웃돌고, 마을 사람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끔 개방돼 있다. 마을 어르신의 삶을 책으로 엮어내고, 청소년들과 함께 다양한 책자를 기획하기도 한다. (옥천 닷컴에서 인용)
그 한 편에 이대건 씨는 스승을 기억하기 위하여 시인의 방을 만들어 고인이 생전에 소장했던 책을 전시해 놓고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고 한다. 이것을 보면 윤중호 시인은 지금도 ‘흔적 없어 아름다운 사람의 길’을 걷고 있다. 기회가 되면 책마을해리를 방문해서 시인의 삶을 기억하며 함께 활짝 웃고 싶다.
배경음악은
현경과 영애의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YES24 eBook]
http://m.yes24.com/Goods/Detail/107847074
반짝이지 않아도 사랑이 된다 - YES24 작은 것에서 소중함을 찾는 풀꽃 시인 ‘나태주’에게 배운 대로 사는 삶“아무것도 아닌 날들이 나를 만든다” *추천의 글*괜히 읽었다. 꼭 내 마음을 들킨 듯싶다. 어쩌지? 이 사람이 내 딸이고 이 글들이 내 딸의 것인데. 몹시 추운 겨울밤, 나는 딸의 글을 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