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치를 따라 살고 있는가?

영화 '비긴 어게인' 리뷰

by 이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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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니 감독의 전작인 ‘원스’에 감동한 관객들은 주저 없이 ‘비긴 어게인’을 관람했을 것이다. 그만큼 ‘원스’는 음악 영화의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두 영화는 비교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어느 영화가 더 잘 되었나?”란 비교 우위보다는 “존 카니 감독의 연출 의도가 어떻게 달라졌는가?

를 볼 수 있다면 올바른 영화 감상이란 생각을 했는데 두 영화 모두 충분한 감동을 관객들에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원스’가 작품성이 강한 인디영화 쪽에 가까웠다면 ‘비긴 어게인’은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왔는데 키이라 나이틀리(그레타), 마크 러팔로(댄), 애덤 리바인과 같은 지명도 높은 배우들을 영화 속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레타 역을 맡은 키이라 나이틀리는 나이 든 티 나지만 아직도 상큼한 미소와 날씬한 몸매는 변함이 없고 나아가 그녀의 노래 솜씨에 취하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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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은 모든 분야에서 승자독식의 원칙이 적용된다. 인간의 영혼을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분야도 상업성이 빠진다면 존재할 수 없다. 한 물간 제작자인 댄(마크 버팔로) 앞으로 배달되는 수많은 데모 테이프는 한 사람의 땀과 노력의 결정체이지만 그는 익숙한 병아리 감별사처럼 한 소절의 음악도 듣지 않은 채 알곡과 쭉정이를 구분한다. 그의 음악 철학은 이렇다.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거든. 그게 음악이야."
평범한 일상을 진주처럼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음악적 감동을 누구나 원하고 있기에 음악도 어쩔 수 없이 생존경쟁의 틀을 벗어날 수 없지만 존 카니 감독은 이 시장에서 엄청난 힘을 가지고 기획사나 마케팅의 힘으로 만들어진 대중음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댄의 친구인 사울이 대표적이다. 그는 댄과 함께 기획사를 만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에게 음악의 기준은 상업성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 일뿐이다. 한 때 댄은 사울에게 큰 힘이 되었지만 시대의 변화를 잃지 못한 그는 사울에게 밥만 축내는 존재가 되었기에 해고당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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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의에 빠진 댄은 우연히 들린 라이브 카페에서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의 노래를 듣고 진흙 속에 감춰진 진주라는 것을 알고 저돌적으로 접근하며 계약하자고 한다. 망설이던 그녀는 댄의 진심을 알고 동의한다. 이때부터 제작자인 댄의 실력이 발휘되는데 그는 기존 관념을 깨고 ‘뉴욕’ 전체를 스튜디오 삼아 음악을 만들어 간다. 센트럴파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차이나타운 등과 같은 이름난 뉴욕 거리에서 만들어진 노래는 관객들에게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유는 그들에게 음악은 상업적인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찾는 과정이기에 열정적으로 노래와 연주를 즐기는 모습에서 진정한 음악을 만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놀던 아이들이 백 보컬로 참여하면서 노래하는 예쁜 모습,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젊은 연주자가 “비발디만 아니라면”이라는 말과 함께 행복한 표정으로 연주하는 모습 등 그들은 자신의 음악으로부터 치유되고 진정한 행복을 얻는다.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지만 영화 속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은 많이 힘들고 청춘은 아프다고 아우성을 친다 할지라도 영화 속 상상의 세계는 인간이 누려야 할 삶의 가치를 보여주기에 썰물이 밀려오는 것처럼 가슴속을 파고든다. 그들은 세상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는 루저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이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행복을 주기에 공감대의 폭은 확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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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는 서서히 댄과 그레타의 상처를 드러내며 두 사람의 관계를 밀도 있게 만들어 간다. 댄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며 잘 나가던 시절 그의 아내는 젊은 가수와 불륜 관계를 맺고 일방적인 이혼을 요구했다. 그레타의 남자 친구인 데이브(애덤 리바인)는 그녀가 작곡한 "lost stars"로 일약 스타가 되지만 반대로 그레타는 점점 그늘 속으로 들어간다. 음악적인 성공은 그 보상으로 인기, 돈, 여자를 얻기 마련인데 데이브도 여자의 늪에 빠지고 만다. 분노한 그레타의 그의 뺨을 갈기고 집을 나온다. 이렇게 댄과 그레타는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만남이라면 대부분 사랑으로 발전되는데 이 영화는 “어떨까?”라는 호기심이 중요한 스토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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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해 모든 것을 통달한 듯한 강연자의 외침이나 한 권의 책을 통해 인생을 훈계하는 시건방진 저자 때문에 불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비긴 어게인’은 그런 훈계로부터 자유롭다. 외침이나 주장보다 더 귀한 삶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보여주는데 이것이 영화의 매력이다. 그 속에는 세상적으로 성공한 댄의 친구 사울이나 트러블검도 있지만 존 카니 감독은 그들이 누리고 있는 것들에 별 관심이 없다. 그것이 행복의 절대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감독은 상처를 가지고 있고 좌절된 인생을 살고 있는 댄과 그레타 그리고 이름 없는 연주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들은 그레타의 말처럼 삶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알았기에 그들은 명예나 부, 성적인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대신 가족, 타락하지 않은 자아, 속박되지 않는 자유를 얻는다.

자신은 어떤 가치를 따라 살고 있는가?
‘비긴 어게인’은 영화관을 나서는 자신에게 한 번쯤 이 질문을 던지게 한다.

영화 Begin Again OST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비긴어게인 옥상 녹음씬)

https://youtu.be/V4Du4ADGx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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