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들.

memory.

by Yongnam Kim

영어로는 Memorial Day이라는 표현이 알맞을 것 같다. 어원은 ‘memory’에서 왔기에, 그 뜻은 지레짐작 ‘기억’이라는 말과 연결되는데 나라를 위하여서 일 하신, 그리고 일하셨던 분들을 위하여 잠시나마 365일 중 그 하루를 기억해보자 하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5월의 넷째 주 월요일, 우리나라는 6월 6일이다. 이날은 국경일이면서 태극기를 게양 할 때, 조기를 게양하면서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분들께 애도를 표한다. 참고로 조기를 게양하는 것은 애도(mourning)를 표하기에, 국장(國葬)일 때도 게양한다.


‘기억’이란 말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몇 가지의 기억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뒤에 충혼탑이 있어서 매년 현충일 행사를 했다. 어린 나이에는 그 곳에서 쏘는 조총소리가 크다고 기억, 행사 중에 일정한 시간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도 남아있다. 시간이 지나 군 생활을 할 때에는 일과 진행을 위하여 수송부로 내려가는 길에 추모비에 대한 기억도 있다. 병사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에 있는 이 추모비는 매일 오가는 길에 쉽게 볼 수 있는 비석이었고, 그 내용은 부대에서 작전 중 목숨을 잃은 병사들의 이름과 날짜였다. 기억으로는 그 사건은 채 2~3년이 지나지 않았었다. 내가 군 생활 1년 차일 때 유가족이 방문했었지만, 그 이후의 추모일에는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 그 기일이 되면 그 대대의 병사들은 그 날을 기억하며 안전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는 날을 가졌다.


전역 이후,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학교에서 얼마 멀지 않게 국립대전현충원이 있기에 오랜만에 군대에서 같이 근무를 했던 H 중사에게 연락이 왔다. 전역 이후 2년이란 시간이 지났었고, 잠시 볼일이 있어서 행정보급관과 함께 여기 유성에 왔는데 얼굴이나 보자는 것이었다. 나에겐 반가운 얼굴들을 볼 기회가 있기에 오라는 곳으로 갔는데, 그곳은 내가 근무했던 부대에서 작전 중 목숨을 잃은 한 병사의 묘가 위치한 곳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전역한 이후에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전입해 온 한 병사였는데, 그가 일병 때 작전 중 경사로에서 그레이더를 몰다가 시동이 꺼지면서 브레이크 오작동으로 절벽 아래, 그리고 한 병사로, 한 가족의 외동아들로, 이 세상을 등졌다는 이야기.


그 병사의 묘에는 아크릴로 되어 있는 작은 상자 안에 사진과 그가 생전에 남긴 물건 그리고 야구공이 하나 있었는데 들어보니 생전에 캐치볼을 좋아했다고 들었으며, 이미 유가족은 그 날을 잊고 싶어 하기에 기일 전날에 왔다 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근무하고 지금은 전역한 친구들이 왔다 갔었다.


현충일 하면 연례행사로 쉬는 날, 6·25전쟁, 베트남 전쟁 등 예전에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리는 날로 기억한다. 그러나 조금 더 나아가 나의 주변에 이런 이야기들, 정말로 가족들은 잊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간직한 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현충원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이름이 새겨진 비석들을 보면서 느꼈었다. 그 날, 하루이지만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내준 이들을 잠시라도 기억해보는 마음이라도 가지는 것이 내가 이 땅을 딛고 있는 이 나라와 영혼들에 감사를 표하는 하나의 간단하지만, 보편적이면서 의미 있는 행동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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