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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ug 11. 2024

그 나이에 살 빼서 뭐 하게?

내가 봐도 살이 빠졌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원래 변화는 자기 자신이 가장 늦게 알아차리는 법이다.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니 살이 탄탄하게 빠졌고, 실제 몸무게보다 더 말라 보일 때도 있다. 꽉 끼던 옷들이 커지기 시작하고, 새로운 옷을 사는 재미가 생겼다. 덕분에 소비가 나날이 늘고 있다.


옷뿐만이 아니다. 화장품도 더 자주 산다. 70kg 시절에는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신기하게 화장으로 덮을수록 더 나이 들어 보였다. 예뻐지려고 화장을 하는 건데,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거울 속 내 모습에 좌절했고, 몇 년 동안 선크림만 바르고 다녔다. 날이 갈수록 칙칙해지는 피부톤과 그 위에 얇게 퍼지는 기미 때문에 나는 누가 봐도 영략 없는 아줌마였다. 그냥 이렇게 아줌마가 되어가는 건가 보다고 받아들였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살이 빠지기 시작하면 얼굴살부터 빠진다. 턱선이 생기고 양 볼 살에 파묻혔던 콧날이 드러나기 시작할 무렵부터 다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비비크림을 얇게 바르고 그 위에 볼 터치로 생기를 주면 어느덧 피부톤이 한결 살아난다. 관심 없던 아이쉐도우도 얇게 바르고 아이라인까지 꼼꼼하게 채워주니 오래전 마음에 들던 내 얼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정말 다행인 건 우리 나이에 살을 잘못 빼면 얼굴이 촛농처럼 흐르기 마련인데, 적당한 지방을 잘 섭취해서 그런지 오히려 팔자주름이 더 옅어지고 생기가 돈다.


오랜만에 나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은 반응이다.

“살이 왜 이렇게 많이 빠졌어!”


그럼 나는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살이 찌면서 온몸이 간지럽기 시작했고, 생리도 불규칙해졌으며, 초기 당뇨를 판정받았다고. 이 모든 것들이 살이 쪄서라는 걸 깨달은 후, 살을 빼기로 결심하고 1년 동안 PT를 받으며 10kg 정도를 뺐고, 10월에 바디프로필을 준비하고 있다고.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렇게 말해줬다.


“너, 너무 멋있다! “


사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반응이었다. ‘이게 멋있다고? 뭐가 멋있다는 거지? 그냥 살을 빼는 것뿐인데?’  하지만 이 말은 나에게 엄청난 동기부여를 심어주었다.

나를 변화시키려는 행동 그 자체가 정말 멋진 일이었다. 이 말 한마디에 내가 굉장히 도전적인 사람으로 바뀌어버린 기분이었다.

또한 이렇게 말해준 사람들은 내가 식단 때문에 사적인 만남을 자제하고 있는 것 또한 흔쾌히 이해해 주었다. 오히려 나보다 먼저 나서서 먹지 말라고 내 식욕을 잠재워주기까지 했다.


반면에 놀랍도록 시니컬한 사람도 있었다.


그 나이에 살 빼서 뭐 하게?


최악인 건 나이를 운운하며 살을 빼서 뭐 하냐는 말을 붙인 것이다. “살을 뺀다고? 심지어 바디프로필을 찍겠다고? 왜? 그 나이에 살 빼서 뭐 하게?”


그 말을 들으니 되묻고 싶어졌다. 나이 먹으면 살을 뺄 필요가 없어지나?  예뻐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나? 당신은 그렇던가?

나는 오히려 그 사람이 안돼보였다. 스스로에게 기대할 게 아무것도 없는 삶을 살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차마 그렇게 말할 순 없어서 나는 그냥 씩 웃었다.

“살 빼서 뭐 할 거냐고? 아이돌 데뷔할 건데?”




나이를 먹을수록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지는 내가 좋다. 최근에는 내 몸에 들어오는 음식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내 몸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 져서 스포츠 영양코치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나 자신을 포함해 다양한 학문과 세상을 더 많이 알아가고 싶다. 또 누군가 말할 수 있겠지. “그 나이 먹고 배워서 뭐 하게?”


그럼 당신은  살던 대로 살아. 난 계속 나아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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