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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l 31. 2022

비난하는 부모에게 벗어난 후 깨달은 것

부모라는 덫에서 탈출하기

기지배가 싸가지 없이

기지배가 재수없게

기지배가 고집만 세가지고

기지배가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저런 년이 나중에 애 배 갖고 올 년이야

소박맞고 올년

너 같은 건 인간 같지도 않아

그것도 회사라고..

너 그따위로 나한테 하면 국물도 없어

살도 못 빼? 게을러터져 가지고..

곰 새끼처럼 애교도 없고 저런 걸 누가 데려가?

네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찢어 죽여버릴라

너는 그래서 안돼

네가 그러니까 욕을 처먹는 거야

너 그따위로 행동할 거면 내 집에서 나가!

뒤지게 맞아야 정신 차리지







아빠가 저에게 30여 년 간 했던 비난과 악담의 말들입니다.

놀랍게도 저는 이런 부모의 비난을 초등학생 즈음부터 듣고 자랐어요. '애 배 갖고 올 년'이라는 말을 들은 건 중학교 2학년쯤이었는데, 너무 충격적인 말이라 아직도 그 말을 듣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식탁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었는데 무엇이 마음이 안 들었는지 나를 가리키며 저 말을 지껄이더군요. 아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경멸하는 눈빛과 함께요. 그리고 그때 저는 그의 말을 못 들은 척했던 것 같네요.




아빠가 저런 말을 할 때 가족 중 누구도 저를 보호해주지 못했습니다. 엄마도, 할머니도 모두 방관자였고, 동시에 그들도 또 다른 피해자였으니까요.

하지만 저하고 다른 점이 있었죠. 그들은 이미 성인이라는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열 살도 안 된 어린애에 불과했습니다.

어린아이에게 부모는 절대자입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저라는 사람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죠. 저는 3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부정적인 비난과 혐오, 저주와 악담으로 가득 찬 우주에서 살았습니다.

아빠가 나를 비난하고 욕할 때마다 그 이유를 내 안에서 찾으려고 했습니다. 내가 잘못해서, 내가 부족해서 이런 취급을 받는 거라고 생각했죠. 누구도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비난하는 부모, 악담과 저주를 퍼붓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가능합니다.



✔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 비난하고 부정하는 감정에 더 익숙합니다.

✔ 부모에게 한 번도 긍정의 신호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합니다.

✔ 나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자신감이 현저히 낮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 평생 부모 눈치를 봤듯 타인의 눈치를 보며 항상 주눅 들어 있습니다.

✔ 혹은 이런 모습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과장되게 자신을 포장하기도 합니다.

✔ 이성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 연애에서 어려움을 겪고

✔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데 익숙하며 자연스럽게 자존감도 낮습니다.  



저는 이런 제 모습이 늘 콤플렉스였습니다.

자기 비하가 심해 자신감이 없었고,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에서도 눈치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어쩌다 나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강아지가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 듯 앞뒤 생각하지 않고 쫓아갔고, 이유 없이 버림을 받아도 나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게 익숙했고,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는 것을 못 견뎌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를 막 대했던 것 같아요.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거죠. 누가 봐도 예쁜 사람, 누가 봐도 애교 많고 사랑 듬뿍 받아온 그런 사람만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들을 동경하며 부러워했습니다. 나는 절대로 그들처럼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에게 누구보다 사랑을 주어야 했던 부모조차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꽤 오랫동안 내 인생을 살지 못했습니다.

20대에는 심한 방황을 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잠겨 죽을 것 같았습니다. 30대에는 자기 연민에 빠져 우울과 좌절감에 빠져 살았습니다. 이 힘든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온전히 부모 탓으로 돌리고 그들을 원망하고 증오했습니다. 그것만이 만족스럽지 못한 내 삶의 변명이 되어주었으니까요.



만약 누군가 저와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이제는 부모라는 덫에서 빠져나오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20년이 걸렸습니다. 너무 긴 시간이었네요. 그 시간 동안 괴로운 건 누구도 아닌 저 자신이었고요.

그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테고요.



긴 시간을 지나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끝내려면 결국 변해야 하는 건 저라는 사실을요.



그러기 위해 내가 어렸을 때부터 쌓아온 부정적인 무의식을 하나씩 깨부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내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살면서 '나는 못할 거야'라고 생각해 지레 겁을 먹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 말이죠.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을 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내가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경험하면서

긍정적인 상황에 지속적으로 나를 노출시키는 것.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저처럼 가족과 거리를 둘 수도 있습니다. 일정기간 보지 않고 지내며 내 감정에만 집중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 나를 두고 누군가 손가락질하고 욕해도 그건 그들의 감정일 뿐입니다. 내 감정이 더 중요한 것이죠.



아마 당신도 그동안 내 감정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우선순위에 두었을 겁니다.

부모가 슬퍼할까 봐

형제자매가 속 상해할까 봐

친척들이 날 비난할까 봐

정작 중요한 내 감정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을 겁니다.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하는 사람은 오직 나뿐입니다. 내 인생을 다른 사람의 감정에 휘둘리고 눈치 보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게 부모라도 말이지요.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가장 아까운 시간이었습니다.



부모보다 내 삶을 제대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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