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스스로조차 삼켜버릴 의구심과 함께 하루를 맞이하고, 일상이 되어버린 문장들을 떠올리며 적어 내린다. 그 작은 문장이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는지 나는 모른다. 그로 인해 글자 사이사이에 두려움과 공포, 의심과 불신이 혼재되어 있다. 오늘날, 주인공에게 퀘스트를 주고 그것을 하나씩 달성하면서 성장하는 판타지물처럼 소중한 변화의 게이지를 두 눈으로 볼 수만 있다면, 200자 원고지에 하염없이 글을 휘갈겼을 것을. 우리는 미래의 불안감에 사로잡혀 달이 차오르는 그 순간까지 온전히 자신을 삼켜버린다.
어느 날, B가 내게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한 말을 꺼냈다.
"하루에 딱 한 번, 어제의 나보다 1° 기울여 나아가다 보면, 수십 년 뒤의 나는 시작 지점에 섰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지 않을까? 더도 말고 1°정도만."
오늘의 1°. 그 사소한 각도가 부디 올곧게 뻗길. 다른 길, 다른 방향으로 나의 하루를 비튼다. 세월이 지나 미풍이 거대한 돌산을 깎아 기이하고 경이로운 바위를 만들어내듯, 자신을 서서히 조각할수록 미세한 기울기는 커지다 못해 넓게 퍼져 장엄한 무언가가 되어있을 테니. 나는 오늘도 불안이 스민 글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