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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Nov 06. 2016

달빛 아래,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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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한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담대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민낯의 달


쓰여진 의미를 알기 위해

그대에게 묻는다


보름달 되어 비추어보면

짙은 안개에 속내 알 수 없고

초승달 되어 비추어보면

흔한 별조차 자취 감출뿐이니


흔들리는 눈동자에

애써 담아보아도,

젖어드는 달빛에

수 없이 되뇌어봐도

처량할 뿐이다


둘러대며,

희미한 구름 뒤에 숨어본들

처량할 뿐이다


적막이 내려앉은 밤

때로는,

꺼내보이고 싶은데.




달의 모양은 사람의 마음에도 영향을 주는 듯합니다. 보름달이 뜨면 괜스레 마음이 부풀어 오릅니다. 바라보며 지나가고 있는 하루를 잊고, 보름달이 전하는 충만한 기운에 흠뻑 빠집니다. 반면에 초승달이 뜨면 가려진 달의 크기만큼 허전한 마음이 듭니다. 바라보며 지나가고 있는 하루를 되새김하고, 초승달이 전하는 가냘픈 기운에 지긋이 잠깁니다.


우연히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시점을 달리하여 우리가 달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정해진 시기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는 건 일종의 규정처럼 느껴집니다. 보름달이 되고 싶지만 초승달로써 세상을 비추어야만 하거나, 초승달이 되고 싶지만 보름달로써 세상을 비추어여만 하는. 살아가며,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하여 진실된 감정을 감추어야만 하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때로는, 꺼내보이고 싶지 않을까요. 기쁜 마음은 미소로써, 슬픈 마음을 눈물로써 자유로이.


오늘 밤하늘에 떠오른 달의 모양은 어떠한가요. 어쩌면, 누군가의 진실된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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