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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쌓인 그대에게

by 두근거림

지난 주말, 방 청소를 했어요. 누구는 샤워하듯 청소를 한다던데. 그럴 위인이 못 되는 저는 거진 보름 만에 방 안을 쓸고 닦았어요. 어찌나 더럽던지. 머리카락과 과자 부스러기는 방바닥을 점령했고, 책상 위는 어질러진 책들로 손디딜 틈이 없었어요.


한 시간 동안의 청소가 마무리될 즈음이었어요. 바깥바람에 흔들리는 창문이 눈에 띄었어요. 이 곳에 이사 온 지도 벌써 2년이 되었는데. 복도식 아파트라는, 지나가던 사람이 방 안을 들여다보는 게 싫다는 핑계로 창문을 열어본 적이 없었어요. 닿을 듯 말 듯 한 손짓으로 머뭇거리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열어볼까?'하는 생각에 용기를 얻었어요. 고민 끝에, 열어 본 창문 틈에는 생각지 못했던 때가 끼어 있었어요.


언제부터 끼었는지 모를, 때의 시작은 분명 먼지였을 거에요. 후-하고 불면 날아갔을 먼지는 관심을 주지 않던 사이에 차곡차곡 쌓였고, 우연히 열어본 저의 앞에 때가 되어 나타났어요.


요즈음의 저는, 찌든 때가 되어버린 먼지와 같아요. 훌훌 털어버릴 일이었음에도 마음속에 쌓아놓고 괴로워했으니까요. 별 것 아니었어요. 평소와 같았다면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넘겼을 거에요. 그러나 저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삶에서, 쌓이는 먼지를 털어낼 만한 용기를 갖지 못했어요. 깨끗해진 자리에는 어느새 새로운 먼지가 쌓일 테니까요. 쌓이고 쌓인 먼지는 결국 때가 되어버릴 테니까요.


돌아보기 두려웠던 저는, 사람들이 먼저 알아봐 주었으면 했어요. '그래, 힘들었구나'라는 말 한마디와 괜찮다는 듯 토닥이는 손길과 함께요. 그러나 먼지가 어둡고 깊은 곳에 눌러앉으려는 것처럼, 저는 어둡고 깊은 곳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어요. 나오지 못했어요.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으니까요. 아무도 알아봐 주지 못하니까요.


물티슈로 서너 번 닦은 창 틈은 새것처럼 반들거렸어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어요. 누군가의 관심과 위로도 좋지만 창문을 열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때처럼. 스스로 마음을 열어 닦아낼 줄도 알아야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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