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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Jun 18. 2018

내 모습 이대로

흙내음 고요히 발길에 머무는

박달나무 잎새 울창한 곳에

은은한 햇살 기억을 비추면


외로이 돌아앉은 산수국

잡초 우거진 그늘에 묻혀

거짓된 꽃을 피운다


뭉그러진 모습, 그 자태에

환호와 탄성이 무성한

숨결은 어른거리지 않겠지만


암술을 지닌 진실된 꽃에

내 모습으로 열매가 맺히듯

건들바람 타는 나비가 되어

괜찮다는 말을 전해야지


보름이 되고 밤을 맞아

밝아진 세상으로 더 가까이

구름에 가려 희미할지라도 

어엿하게 나는 얽어진 그곳으로 




사람은 누구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요. 말하기 싫은, 누군가 알아차릴까 두려운 콤플렉스는 때로 우리의 일상을 갉아먹지요. 여러 가지의 컴플레스가 저에게 있지만, 요즘에 저를 유독 괴롭히는 건 갈등을 두려워하는 것이에요.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 갈등은 필수라고 누군가 이야기하더라고요. 


마음속에 묻힌, 꼭 해야 될 말들은 이내 썩어 나만 아는 상처가 되지요. 그 말이 나를 위해 꼭 필요한 거라면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내 말을 들은 상대방과 지금 당장 헤어지는 일이 생기더라도요. 하지만 저는 혹시 내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상대방의 마음에 들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내 마음에는 여러 말이 솟구쳤지만 저는 그중에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것만을 늘여 놓았지요. 


얼마전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산수국이라는 꽃을 보게 되었어요. 아름다운 자태에 빠져 인터넷으로 꽃에 대해 검색해보니, 산수국은 하나의 꽃에 진짜 꽃과 가짜 꽃이 함께 피어난다고 하더라고요. 꽃을 처음 발견하였을 때 눈길이 간 건 가짜 꽃이었어요. 진짜 꽃은 동그랗기만 할 뿐 별다른 특징이 없었고, 가짜 꽃은 색감이며 활짝 핀 모습이 정말 예뻤거든요.


그런데 정보를 조금 더 찾아보니 가짜 꽃이라 불리는 무성화에는 암술과 수술이 없다고 해요. 꽃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암술과 수술의 꽃가루가 만나야 하는데 말이에요. 화려한 이면이 그 이름처럼 가짜라고 하니 괜스레 진짜 꽃에 눈길이 갔어요. 박달나무 잎에 가려진, 잡초 틈에 숨겨진, 무성화에 둘러쌓인 산수국의 진실된 모습은 그제야 저에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더 이상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해요. 내 모습 이대로, 나와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줄래요. 비록 누군가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나에게 실망하거나 떠가가는 사람들이 있다 하더라도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열매로써 살아가는 우리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존재이니까요. 스스로에게 거짓 없는 하루를 함께 살아가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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