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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Feb 07. 2018

기대

내가 기다리고 기대하는 건 봄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애정 어린 관심일까.

불어오려나,

바람


새들의 웃음소리와

청아한 하늘

피어나는 구름을 담아

다가오려나


새어 나오는 입김과

웅크린 어깨

그렁한 눈들을 딛고

찾아오려나


일어나, 앉은자리에서

움켜쥐고, 두 손을

걸으면, 눈살을 향해


바람,

불어오려나




얼마 전이었지요. 입춘이 찾아왔습니다. 한자어로만 풀이하자면 봄이 들어선다는 뜻인데, 한층 매서워진 날씨를 보고 있자니 봄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집니다. 거리에 나가면 자주 보입니다. 하얗게 새어 나오는 입김과 웅크려진 어깨, 눈물 그렁그렁한 눈들이요. 추운 날이 되어야만 따뜻했던 지난날을 공고히 떠올리듯 우리는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혹여, 저만 따뜻함을 떠올리는 건 아니겠지요.


긴 겨울 끝에 찾아올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서움 끝에 다가올 따뜻함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으로 제 삶이 보다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벚꽃 핀 길, 그 아래를 걸으며 은은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 저는 말할 수 있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봄이 온다면. 봄의 기운을 담은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면.  


요즈음 사람들의 눈길이 두렵다. 눈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기대하는 것만 같은데. 이내 실망으로 바뀌어버리는 상상 때문일까. 사람들은 말하고 나는 듣고 있는데 이질감이 느껴진다. 현실에서 벗어난, 아니 무리에서 소외된 기분이랄까.


내가 기다리고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혹시 봄이 주는 따뜻함이 아닌, 누군가의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을까. 늘 그렇게 이어지는 평범한 일상에서,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아닌 '조금 달라 보이네'라고, 평소보다 눈빛만이 침울하게 가라앉았을 지라도.


봄이 다가올수록 더욱 추워지는 계절, 겨울이 지나면 내가 바라는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외롭고 쓸쓸하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움켜쥐고 걸어가고자 한다. 보다 행복한 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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