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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Dec 24. 2017

정년퇴임을 앞둔 그대에게

짙은 어둠을 여는
아침의 희소식처럼
여물어버린 손으로
아파하는 것들을 달랜다.

세제에 묻어나는 때처럼
행주에 씻기는 오물처럼
상처로 굳어가던 이들에게
깨끗한 위로를 건네던 손.

한뎃잠 자던 나그네가 남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은
흔들고 낮추고 헤집으며
안개 드리우지만

늙어가는 꽃이라도
태생은 변함없듯
아픔을 어르는 손짓은
아름다울 뿐이다.

시간 흐르고 계절 바뀌어
꽃잎은 떨어지겠지만
여문 손 기억하는 이들에게
다시 피어날 것이다.

이른 아침 깨어난
어느 계절의 꽃처럼.




벌써 헤어질 때가 되었네요. 아쉬워요. 힘이 들 때 선생님의 미소를 상상하면 기분 좋아지곤 했는데. 정년퇴임을 하시고 나면 점차 희미해져 생생하지 않을 것 같아요.


업무가 유독 많아 보이는 날에도 괜찮다고 대답하던 선생님. 이따금씩 굳어있는 표정에서 저는 시름을 느낄 수 있었어요. 무릎이 시큰하셨던 걸까요, 아니면 어깨가 뻐근하셨던 걸까요. 혹은, 다른 이유가 있으셨던 걸까요. 설마 도맡아하는 업무에 힘들다는 내색조차 할 여유가 없으셨던 걸까요.


직장 내부가 깨끗하다는 칭찬을 받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하셨죠. 저도 그래요. 직장에서는 역시 일 잘한다는 칭찬만 한 게 없나 봐요. 선생님께서는 늘 최선을 다하는 분이었어요. 덕분에 직장 내부는 깨끗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저는 사심과 근심으로부터 깨끗해질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저 또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동료의 아픔을 쓸어내고 닦아줄 수 있는 제가 되고자 노력할게요. 건강하세요.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자주 보내세요.


환경미화를 담당하던, 정년퇴임을 앞둔 선생님께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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