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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Jul 30. 2018

외로운 날, 추억을 떠올리며

풀숲 헤치고 가지 꺾어
발자국 굽이 따라
구름 부풀어 흐르는
계곡으로 가자

술래 되어 조약돌 잡아내면
흙밭에 지어지는 돗자리 섬

굽이진 손에 들린 행낭 풀면
벙긋하며 모여드는 송사리 떼

유부초밥이며 김밥 같은 게
마루 한가득 깔리며
하늘에 맺히는 싱싱한 사과

소금쟁이 물장구치는
계곡에 발 담그며
익어가는 수박 넌지시 바라보던
심연의 고향 그리운 얼굴들

가랑비 찾아 들고
뙤약볕 잦아드는 날
기척 사라진 마을 한편에
웅크린 가재 집게발 드리우니

걸음을 높여 발자국 선명히
코끝에 맴도는 솔바람 따라
다래 피고 머루 맺히는
계곡으로 가자

다래야 머루야
음숙한 풀숲 거친 가지가

지나던 길에 엉키어 자라나면
목청 돋우는 찬란한 물결
새로이 찾아갈 수 있게
향기를 뿜어 다오

따사로운 정오의 햇살
느티나무 그늘 삼아
다가오는 그대
그날을 기다리며.




힘이 드는 날이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온화하게 미소 지어 줍니다. 짧은 시간의 만남으로도 지닌 상처를 말끔히 씻겨주었던,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자주 어울리던, 어릴 적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떠났을까요.


바쁘게 살아가는 시대, 이득과 손해만 남아버린 관계에 선심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는 삶에 지쳐, 저는 어렸을 때의 기억을 자주 떠올립니다.


계곡으로 놀러가던 날. 은색 돗자리에 맛있는 음식, 노끈에 묶인 수박과 우리 가족을 반겨주는 이웃과 친구들. 서로의 집에서 어떤 음식을 싸 왔는지 확인하며 꼬르륵거리던 배를 움켜쥐던 그때. 어른들에 의지한 채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맛있게 먹기와 재밌게 놀기밖에 없었던 그날을, 오늘의 저는 생각해봅니다.


그립습니다. 그대들과 제가. 단 하루 돌아갈 수 있다면 후회 없이 보내고 싶습니다. 제가 받았던 것처럼, 온화한 미소를 담아 사소한 말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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