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차분할 수 있을까
푸른 하늘 마주하고도
일언반구 없이
나그네 걸음 훔치는
그림자처럼
달리지도 걷지도 않고
스며드는 것이
잊고 지내 오던
부름처럼
다가온다
아랫목 굽은 거리
투영하고자
설렘으로 그득한
구름 담아
굽이굽이 능선 따라
허름하고 고습한
처마에 이르기까지
침묵으로서 환하게
드리우네
푸념 섞인 탄식에도
울먹이는 가슴에도
바라보고 기울이고
하얗게 물들이며
살아가네
요 근래에 들어 이야기를 나눌수록, 어머니의 새로운 모습을 자주 뵙곤 해요. 제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요.
먹고 싶은 음식, 하고 싶은 행동, 그 밖에도 어머니가 좋아하는,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으시지요. 혹시, 저에게 일러주셨나요. 일러주셨지만, 기억을 하지 못 하는 걸까요. 그저 어머니라는 생각에 무심코 지나치고 말았어요.
푸른 하늘을 담은, 하얀 구름을 보다 어머니 생각이 떠올랐어요. 어떻게 사람이 늘 좋을 수만 있을까요. 어떻게 힘들고 괴로운 날에 눈이나 비를 내리지 않을까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선입견을 가졌던 저의 잘못이에요.
고개를 들어, 다시 구름을 보았어요. 마치, 어머니를 보듯이요. 여전히 차분한 모습이에요. 강한 햇빛에 그늘이 되어주시는, 푸념 섞인 탄식과 울먹이는 가슴에도 바라보고 기울이고, 이내 하얗게 물들이시는 어머니. 저는 비로소 그 마음을 느끼고 있어요.
이제는 제가 구름이 되어, 스며들어 볼게요. 어머니께서 잊고 지내던, 누군가의 부름처럼 다가가 볼게요. 서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