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대학원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번화가를 지나가야 하는 탓에 주변의 떠들썩한 소리가 귀를 자극했어요. 외로웠던 탓일까요. 식당이 즐비한 그곳에는 혼자인 사람은 없었어요. 아마도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걸어갔을 거예요. 저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던 사람들, 큰 냄비에 담긴 음식이 익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을 지나 카페에 앉아있는 한 사람을 보았어요. 그 사람을 보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웃고 있었어요. 요 근래에 제가 해맑다고 느꼈던 웃음보다 더 해맑게요. 이성으로서 끌렸다는 뜻이 아니에요. 다만,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길래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연인이었을 거예요. 사랑이 아니고서는 저 웃음을 설명할 수 없거든요. 웃음에 반응하는 상대방의 표정 또한 살피지 않았어요. 더할 나위 없이 웃지 않았다면, 진실된 마음을 듬뿍 담아 웃음으로 화답하지 않았다면, 제가 보았던 그 사람은 그렇게 웃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감정이입이 된다는 건 상대방의 감정에 나 또한 같은 감정으로 반응한다는 뜻이지요. 한 사람의 웃음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드는 것처럼요. 그녀는 그를 사랑하고, 그 또한 그녀를 사랑하는 게 틀림없어요. 그랬기에 한 사람의 웃음을 보며, 이 웃음을 지켜보기 위해 살아가는 상대방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 연인들을 위해 시를 적어 보았어요. 제가 온전히 표현했기를 바라요. 덕분에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어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래 옮길게요.
나는 하나이고
너도 하나인데
둘이 되지 않는다
공식에 의하면
둘이 마땅하지만
들으며 말하며
바라보는 것이
하나가 틀림없다
기쁨으로 하나가 된다
설렘으로 하나가 된다
그믐달 기울어진 시간
자화상 그려진 하늘
반짝이는 웃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