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요- 반가워요"
현관을 들어서자 떠들썩한 소리가 반긴다. 테이블에 오손도손 모여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후 7시 30분. 퇴근을 하고 2시간에 걸쳐 도착한, 나를 반겨주는 이들이 나의 목적지이다.
"배고플 텐데, 얼른 먹어요"
조명이 은은하다. 노을을 보며 온 까닭일까. 분위기에 금세 젖어든다. 어떻게 지냈냐는 안부에 꼭꼭 씹어 대답하느라 음식을 입에 넣질 못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건네던 미소는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개처럼 진하고 따뜻하다.
맥주를 한 모금씩 마시며 그들의 말을 따라갔다. 못된 상사가 나타나 호통을 치기도 하고, 푸른 바다가 펼쳐지기도 했으며, 확신을 주지 못하는 남자 친구와 답답한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호통을 치는 상사에게 함께 맞서고, 푸른 바다를 함께 걷고, 남자 친구의 생각을 함께 묻는 마음으로, 그들이 펼쳐놓는 세계에 들어가 맞서며 위로했다.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낀다. 말하지 않아도, 구태여 행동하지 않아도 나는 알 수 있다. 그들의 말로 말미암아 같은 세계에서 우리는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한 명이 말을 끝맺을 때마다 생기는 몇 초간의 공백에 머무르며, 그 사람이 그때 느꼈을 마음이 어떠했을지 함께 헤아려본다.
위선스러운 말들은 현관을 넘어서지 못한 듯하다. 지난 한 주간 많은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았지만, 적어도 이곳에는 노을 같은 마음들이 서로를 보듬고 있다. 그 분위기에 취해 나는 연신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인다.
밤이 깊어갈수록 우리의 마음은 빛이 난다. 이 순간, 세계에는 오직 우리들만 존재한다. 아침이 밝아올 것을 겁내지 않는다. 이 시간을 살아간다. 나는 여기에 있고, 이곳은 나의 전부이다. 적어도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어느덧, 아침이 밝았네요.
햇살이 참으로 눈이 부셔요.
즐거웠어요.
또 만나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