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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푸린 눈살 사라진,
가을비 내리는 적막한 하늘 보며
일상이 되어버린 상상에서 벗어나
나와 마주한다.
시선들에 쫓겨 분주했던 기억들로
거울에 비친 모습은 조금 낯설기도 하다.
불안하다. 달리는 차들은 어딘가에 도착하지만
서 있는 나는 단지 바라 볼 뿐이다.
성공이나 실패라는 틀에 갇혀
스스로를 저울질하고, 혈안이 되어
퇴사했던 사람들의 글을 찾아다녔다.
위로를 받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저자들과 함께 절망했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과거와 과거가 낳은 오늘에 붙잡혀
온몸을 걱정 안에 가두게 되었다.
퇴사 전엔 회사 걱정을 했다.
‘빈자리’라는 제목의 시를 곱씹으며,
누구도 채우지 못할 나만의 영역이 남아있으리라 생각했다.
퇴사 후엔 미래에 대한 걱정이다.
노력과 반비례하는 욕심으로 이력서를 작성하며
다른 지원자들의 간절함을 배신했다.
갈고 닦으며 철저히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면
굳이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일단 목표를 정하고 최선을 다 한 후에
안되면 아쉽지만 분명 좋은 경험이라 받아들이면 된다.
그 이상 해석하고 의미 부여할 필요 없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회사와 나는 함께 노력한 파트너이다.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다가 서로의 연이 다 해서 그만둔 거지
지나간 일들을 꺼내어 자주 회상할 필요는 없다
그 이유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스스로 약속한, 해야 할 일만 생각하면 된다.
과거에 경험, 습관에 얽매여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는 언제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그럴 자격이 있다.
바라지 말고 직접 하자. 할 수 있다.
한 개씩은 어려우니 반개씩, 또는 반의 반개씩
혹여 이마저 버겁게 느껴진다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것부터.
매 순간 여행이라는 가짐으로
자유롭고, 즐겁게 채워보자.
애초에 누구도 위로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 아닌 무언가를 통해 일시적으로 해소하려 한다면
혼자 남을 새벽이 매우 고통스러울 뿐이다.
솔직하게, 그리고 나를 위해.
상상 속에 미뤄왔던 내 시간들을 되찾아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