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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Nov 15. 2015

[9]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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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만두면, 롤러코스터 타는 감정을 경험하게 될 거야'

나았다가 아팠다가, 또 좋았다가 나쁘다가.   

  

괴로운 마음 들끓어

머릿속 샐 길 없이 꽉 찬 압박을 받는다.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아도

손짓하기 무서울 정도로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도서관에 앉아 있다 이른 시간에 나왔다.

'나는 이것 밖에 안되나'

얄팍한 가슴에 거듭 못질을 하였다.     


직면한 상황을 잠시 모면해봐도

결국 돌아와야 할 일상임을 알기에

무언가를 진정 원했을지라도 

멈추지 않기를 강요했다.     


 그 모습, 회사에서 자책하던 스스로와 언뜻 닮아 있었다.     


아이러니하다.

'이것도 못하면 나중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가짐 때문일까?     


부족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닦달하는 꼴이 우스웠다.

눈 앞에 있는 일들에 집중 못 할 정도로.

한편 궁금했다.

지쳐있으면서 뭘 그리 하려고 하는 걸까?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뭐야?     


주문한 커피가 다 식을 때까지 집요하게 추궁했다.     


허공에 수줍이 읊조린 말들은 메아리조차 없다.

쓸쓸하다는 표현이 떠오른다. 가을도 꽤 지고 있나 보다.

생각에 의존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못하는 술에 억지로 잡을 청한 후

눅눅한 아침을 맞이했다.

특별할 것 없는, 그저 그런 하루.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온정으로

또는 나를 다그치는 질책들로

억지로, 억지로 끌고 왔던 자격증 시험 날이다.  

   

그동안 정리한 내용을 복습하기 위해 책상에 앉았다.

불을 켜니 방 안이 온통 밝아졌다.

환한 전경에 나의 치부를 온통 밝힌 것 같아 끄고

대신 스탠드의 은은함을 불렀다.    

 

현실을 수용할 즈음, 우연히 스탠드 옆에 있던 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방 한 편 널브러져 있던 거울. 자주 돌봐주지 못해서일까?

불쑥 들여다 본 얼굴 곳곳엔 먼지가 꽤 쌓여 있었다.     


'나는 언제부터 슬픈 표정을 달고 살았을까?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처럼'     


나의 감정, 작은 공간 안에 고스히 들어가 있었다.

급하게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계속 마주했다.

슬픈 노래엔 슬픔 그대로, 밝은 노래엔 밝음 그대로. 자유로웠다.

다른 얼굴들엔 관심이 많았으면서 왜 내 얼굴엔 소홀했을까?

보고 또 보아도 이렇게 행복하기만 한데.     


들여다 본 나는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전 동료들 말처럼 무표정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말 못할, 아니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제는 내가 나를 잘 아니까. 구태여 설명하고 싶지 않다.     


글을  마무리하며 나에게 전한다.

나여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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