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근거림 Nov 01. 2015

[7] 정리

뒤죽박죽 섞인 꽃들은 그 나름의 의미를 덜한다. 나의 생각만큼.

2013년 어느 아침이었는데, 날씨가 제법 추웠다. 차 안 틀어 놓은 히터로 세상이 뿌옇게 보였다. 다한증에 핸들을 따뜻하게 하는 버튼은 누르지 못한 채, 바지에 연신 닦아냈다. 운전할 때면 연결선을 이용해서 멜론을 통해 노래를 듣는다. 없는 날에는 그냥 가기도 하지만, 고요함에 싫증 나던 순간이면 라디오를 틀었다. 덕지덕지 붙어가던 외로움을 떼어내려 차가 잠시 정차했을 때 라디오 채널을 돌리던 중 책을 소개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제목은 낭비 없는 삶. ‘정리’에 관한 내용을 담았는데 당시 나에게 필요했던, 절절한 내용에 메모해 두었다가 책을 구입하였다.  제목은 호사카 다카시의 '낭비없는 삶'이다.         


정리란 인생을 설계하는 기초이다.

정말로 나답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면

꼭 필요한 것들로만 삶을 채우는 인생의 질서부터

다시 세워보자.


위의 문구가 기억에 남아 퇴사 후 처음으로 책상 정리를 했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도서관도 곧잘 가고 혼자 죽을 것처럼 천장을 바라보며 밤을 견뎌 내면서도, 쌓여있는 흔적들을 정리할 시간은 없었는지 아니면 용기가 부족했는지 모르겠다.

    


상당한 양의 자료들이 나왔다. 특히, 나는 그동안 총 8개의 ‘필기노트’를 작성했다. 어떻게 보면 ‘생각노트’이기도 한데, 중요한 내용이나 떠오르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용도였다. 하지만 내용을 꽉 채운 노트는 단 한 권도 없었다. 혹시 꼭 해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누르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퇴사 후 지난 3개월 동안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해왔다. 혼자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최근 강제 다독하는 관계로 책에 대해 조금 더 말하자면,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공(空)’을 주제로 한 내용을 보게 되었다. 네이버에는 ‘비다, 없다, 헛되다’ 등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저자는 ‘모든 문제는 집착에서 온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적고 나니 바로 전 글에서 ‘집착에서 벗어나기’라는 제목을 달아놓았던 걸 잊고 있었다. 무엇이든 토해내고 싶은 생각에 충실한 의도였지만, 나는 아직 집착하고 있나 보다.      




상상하지 말고, 사실 그대로만 믿자.    



잘 모르겠다. 내가 잘 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어쩌면 ‘균형’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적당히 준비하고, 만나고, 즐기고, 무엇보다 행복한 일상이 필요한 게 아닐까. 자책하고 반성하는 독백보다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6] 집착에서 벗어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