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근거림 Nov 28. 2021

어디 나 같은 사람 없나..?

  지난 7월부터 대학교 상담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근무지를 보면 상담일을 할 거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행정직원에 가깝다. 사이버대학교에 근무할 때만큼 전화 업무가 많은, 솔톤으로 말하기 위해 아침마다 목을 가다듬는 나는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루는 논문을 준비하는 동료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가 관심을 갖는 주제가 외로움이라고 했다. "오, 외로움이요?"라고 대답했던 나는 '오, 나 맨날 외로운데'라는 말을 입에 머금었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듯 휑하고도 허한 마음은 밤마다 찾아온다. 사람들에게는 웃는상으로 통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두 눈에 아련함이 넘실거린다. 


  한 방송에서 외로움에 대한 명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말했다. "제가 늘 하는 이야기지만 외로운 건요. 외롭지 않아 본 사람만이 외로움을 알 수 있는 거예요. 저는 단 한 번도 외로워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외로움이 뭔지 모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는 외롭지 않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언제 외롭지 않았을까. 턱을 괴고 한참을 생각했다.


  한 가지 활동에 몰입할 때 나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할 때에 나는 혼자이지만, 혼자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할 정도로 경험에 집중한다. 요즘에는 직장에서 퇴근하면 너덜한 상태이기 때문에 못하고 있지만. 


  외로움을 덜 느끼게 하는 활동은 아무래도 어울림이 아닐까. 나는 내 주변에 '한 사람'만 있어도 살아갈 만할 거라 믿는다. 그 사람과는 물론 가치관이 잘 맞아야 한다. 먼저, 여유가 중요한 사람이어야 한다. 여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나는 대화를 통해 파악하고는 한다. 얘기를 나누다 생기는 침묵을 좋아한다. 친구의 말을 곱씹어볼 수도 있고, 내가 했던 말을 되돌아볼 수도 있으며, 어떤 대화를 더 나눌지 생각해볼 수도 있다. 


  다급하다거나 신경질적인 말투는 불편하다. 잔잔한 내 마음을 들끓게 하기 때문이다. 감정은 전이된다. 한 사람이 품은 감정은 말이나 표정, 행동 등으로 표현된다. 물론 저마다가 느끼는 감정은 옳지만, 세숫대야에 떠놓은 물처럼 잔물결조차 치지 않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은 연약하기 그지없다. 


  두 번째는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관심과 간섭은 다르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게 관심이라면, 간섭은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는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한 사람의 의도가 깔려있다. 말을 차분히, 끝까지 들어보면 진실한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나는 관심의 언어를 좋아한다. 간섭은 그가 원하는 답이 정해져 있기에 지루하다. 


  나는 이외에도 나의 가치관과 잘 맞는지 살펴본다. 쫄보답게 공유하지는 않는다. 그저 속으로 삼킬 뿐이다. 관계에서는 자연스레 자주 후퇴하는 편이다. 뒷걸음질 치며 도망가면 크게 티 나지 않는다. 글을 쓰다 보니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나는 무던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까다로운 사람인 것 같다. 이러니까 주변에 친구가 없지. 밤마다 외로워하지. 


  연락처를 살펴보니 이 밤에 연락할 사람은 없다. 쫄보 기질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일요일 밤. 설레는(?) 출근길을 상상하며 주말을 마무리하는 친구들에게 연락할 용기는 없다.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베개를 끌어안고 잠에 들 처지인가 보다. 외롭다. 하지만 아무나하고 연락하고 싶지는 않다. 외롭다. 그러나 책은 읽기 싫고, 산책 가기에는 춥고, 글은 여전히 쓰고 있지만 마음으로 한파가 밀려온다. 


  돌이켜보니 내가 말한 '한 사람'은 나도 아직 못 만나 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봐야 알게 되지 않을까. 나는 아무래도 세숫대야 속 물처럼 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힌트는 분명 있다. '한 사람'의 특징은 나와 닮았다. 사람은 자신이 받고 싶어 하는 걸 타인에게 주며, 그 사람이 자신에게도 비슷하게 해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 그렇다면, 어디 나 같은 사람 없나?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가만히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