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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Aug 11. 2022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고 느끼는 그대에게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일을 벌이기도 한다. 일을 벌이게 된 데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 누군가는 인정받기 위해, 누군가는 성취하기 위해 스스로를 한계 너머로 몰아붙인다. 이러한 방법은 당장에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자신의 다른 시간을 포기했으니 그만큼의 결과를 앞당겨 얻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균형만큼 중요한 가치는 드물다. 일을 위해 보내는 시간을 늘수록 자신을 돌보는 시간의 필요성 또한 늘어난다. 자신에게 맞는 적정한 일의 시간이나, 자기를 위한 시간의 양과 빈도는 저마다 다르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스스로에게 적게 느껴질지라도 자신을 돌아보고, 만나고,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일의 속성이 온전한 자기에서 출발하기 어려운 데에 있다.


그다지 긴 기간은 아니지만, 약 10년 간 회사생활을 하며 깨달았다. 어딘가에 속하거나,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의지대로 일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의 가치나 타인의 의견을 적절히 고려하고, 때로는 반문하지만 필요할 경우 받아들이며 우리는 일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대로만 일을 하려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사회에서는 그러한 사람을 '고집스럽다'라고 표현한다. 


결국 자신의 필요에 의해 일을 벌이고 해내지만, 그 과정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혼자서 하는 일은 없다. 타자가 언제나 끼어있다. 직접적으로 함께 하는 사람은 없더라도, 모든 일에는 사람이 연관되어 있다. 어떠한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만큼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일의 과정에서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늘 염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을 한계라고 느낄 만큼, 그러니까 스스로 버겁다고 생각할 만큼 해내고 있다는 것은 '무리'라는 당연한 표현이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현재 하고 있는 여러 가지의 일이 무리라고 느껴진다면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부터 한 가지씩 순서대로 해나갈 것을 권하고 싶다. 게임에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튜토리얼부터 거치게 된다. 앞으로 게임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과 방법 등을 간단히 익혀나간다. 튜토리얼을 마치면 '초보'라는 딱지를 붙이고 본격적인 모험을 시작한다. 초보자는 중급, 상급의 과정으로 서서히 나아간다. 사회에서처럼 다른 유저들과의 경쟁과 협동은 필수적이다. 만약, 레벨이 낮은 초보자가 월등히 높은 단계(상급 유저가 머무는)를 경험하게 된다면 '더 열심히 해서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다' 하는 생각보다 '나는 언제 여기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좌절감이 아마도 더 크게 들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게임에 따라 익혀야 하는 부수적인 기능도 다르다. 어떤 게임의 경우에는 배워야 하는 기능이 너무 많아 시작 자체를 망설이게 되기도 한다. 레벨을 올리며 성장하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기능을 알아가며 게임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어떤 아이템이 자신에게 더 필요한지 고민도 하고, 어떤 퀘스트를 수행하는 게 자신에게 유리한지 살피기도 하고, 어떤 유저와 함께 활동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거나, 화면을 이리저리 눌러보며 당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도리어 게임을 현재 자신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꾸준히 해낼 수 있는 자기만의 방식을 찾게 되기도 한다.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쉼'을 의미한다. 쉼이라고 하면 시간을 허비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것은 쉼을 어떻게 정의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나에게 쉼이란 좋아하는 활동에 몰입하며 마음과 만나는 시간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누군가 나에게 "쉴 때 뭐해요?"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주로 산책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일기를 쓴다고 대답한다. 특별히 이루고 싶은 목표도 없고, 누군가의 시선도 크게 의식하지 않으며, 그냥 좋아서 하는 활동들이다. 나는 위와 같은 활동을 하며 그 순간에 집중한다. 그리하여 결국 내가 무슨 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잊은 채, 활동 자체에 몰입하게 된다.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시간이 이어지고, 그러한 행위를 하는 내가 자연스럽고 편안해지면 마음은 그 이후에 의식으로 떠오르며 나에게 말을 건다. 지쳐있다고. 힘들었다고. 외로웠다고.


우리는 쉼을 통해 지금 자신에게 맞는 속도, 방향,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빠르게 나아가려고 할수록 지난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점을 삶에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레벨을 빠르게 올리기 위해 게임에 집착할수록 일상의 균형은 무너지듯, 일을 무리하게 해내려 할수록 삶은 고립되고 피폐해져 간다. 다시 게임 이야기로 잠시 돌아가서 만약 초보자가 자신이 원활히 소화할 수 있는 단계보다 바로 윗 단계에 도전해본다면, 월등히 높은 단계를 경험할 때와는 마음가짐이 다를 것이다. '해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으로 그곳에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을 키우며 자신에게 적절한 단계에서 열심히 적들을 무찔러 갈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가능성과 잠재성을 가진 존재이지만, 자신의 현재 여건이나 능력으로는 거뜬히 해내기 어려운 일, 저마다의 한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만약, 일을 하는 데에 있어 전보다 시간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일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스스로 지쳤다는 생각이 든다면 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잠시 멈추어보는 건 어떨까. 그러고 나서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부터 한 가지씩 순서대로, 천천히 시도해보는 거다. 한계에 도전하는 일보다,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애쓰는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니까.


Image by Ri Butov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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