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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Feb 19. 2016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꿈이란 무엇일까? 다소 생소한 이 질문에 저마다 다른 대답을 하겠지만, 나는 반짝이는 별이라 생각한다. 잠시 눈을 감고 익숙한 밤하늘을 더듬어보자. 무심코 지나왔던 수 많은 밤들엔,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키는 별들이 있었다. 언제부터 반짝였는지 알 순 없지만, 문득 고개를 들 때면 혼자가 아니라는 벅찬 감정이 들곤 했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하늘에서, 혹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별들이 사라지고 있다. 마치, 어른이 되어가며 하나씩 잊어가는 우리의 꿈처럼.


꿈은 그저 꿈으로 남아야 아름답게 기억되는 걸까?


어김없이 스물아홉의 평범한 하루가 지나갔다. 빠르다는 표현조차 부족할 만큼 '찰나'였다. 뚜렷하게 하고 싶은 것 없던, 그저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의 내가 되었다. 어릴 적엔 '내가 어른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하고 종종 상상했었다. 무엇이든 뚝딱 해내고, 모르는 게 적으며,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여유롭고 풍요로울 줄 알았던 어른의 나. 요즘의 난, 어른스럽다고 칭찬받던 어린아이 때 보다 더한 겁쟁이가 되어버렸다. 부끄럽지만 별 수 없다. 꿈을 갖지 못한 현실이 빛나고 싶어 하는 별들을 저 멀리 밀어내고 있기 때문에.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던 시절이 있었다. 20대 초반이었다. 그땐,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다. 자격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공부하며 바랐다. 단 한 번만이라도 기회를 준다면, 그 기대에 부흥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당시에 내가 간절히 원했던 이유는 4년간의 봉사 활동을 통해서였다. 곁에서 지켜본 사회복지사라는 영역은 나에게 있어 이루고 싶은 꿈 그 자체였다. 푹 빠져있던 만큼 다른 영역의 직업은 생각해본 적 없고, 생각하는 것 조차 불결한 망상이라고 단정 지었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사회복지사가 되었지만, 얼마 가지 못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직업이 나쁘다거나 일이 힘들어서는 결코 아니다. 직접 겪어 본 사회복지사라는 영역은 나의 생각과 조금 달랐다. 나는 단순히 이웃들과 함께 변해가는 과정이 좋았을 뿐인데, 조직 체계에서의 절차와 구조는 나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직업은 꿈이 될 수 없다.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직업은 고정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우며, 한 가지 직업이 생긴다는 것은 다른 한 가지 직업이 사라지는 걸 뜻한다. 그렇다면 꿈은 어떠한가? 필요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달라지거나 변할 수 있다. 즉, 굉장히 자유롭다. 그래서일까? 꿈은 떠올리는 것만으로 사람을 두근거리게 하는 힘이 있다. 상상해보자. 그 누구도 관여할 수 없는 나만의 꿈. 그리고 그 꿈을 조금씩 닮아가는 삶.


지금부터 자신의 꿈을 닮아가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2013년의 어느 날이었다. 업무 특성상 외부에서 장애와 관련된 홍보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며 말을 걸어온 한 명의 남성이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신림역에서 빅이슈를 판매하던 빅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빅이슈가 만들어지는 이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노숙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매달 발행하고 있다는 그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대화를 나누던 그 자리에서 내 생애 첫 빅이슈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호기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적지 않은 끌림을 느꼈다. 눈을 반짝이며 설명하던 그의 모습에서.


한참을 가방에 넣어둔 채 읽지 않았다. 구입을 결정했던 순간의 마음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건지,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돌이켜보면 원인은 간단하다. 애초에 빅이슈를 구매한 동기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신림동 빅판이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에는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을 게 분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림동 빅판이 어떤 사람일지는 궁금했지만, 책의 내용은 궁금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더 이상 미루는 건 신림동 빅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포장지를 뜯고 꺼내 보았을 때, 책에 어색하게 끼워져 있던 종이를 볼 수 있었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신림동 빅판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글로 독자들에게 소소한 위로를 건넸던 빅판. 비록 경제적으로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가진 재능을 빅이슈를 통해 꾸준히 발휘하는 모습에 보며 오히려 부자인듯한 생각이 들었다. 책장에 꽃힌 빅이슈가 늘어갈수록 차츰 그의 독자가 되었고, 다음번 호엔 어떤 이야기가 연재될지 기대가 되었다.


한 번은 그가 꿈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제목은 '꿈은 있지만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꿈은 있지만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


어렸을 때 선생님께서 "장래희망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대다수가 대통령, 외교관, 과학자, 연예인 등등 화려한 직업들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려서는 막연했던 꿈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갈수록 범위가 좁아지고 이루기 힘들어지죠. 그나마 소박했던 꿈이라도 이룬 사람은 행복할 거고, 그렇지 않고 당장의 생계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일 하는 분들이 대다수 일듯 한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저는 꿈을 이루신 분들도 존경하지만 당장의 생계를 위해 꿈을 미루신 분들도 존경합니다. 저 또한 꿈꿔왔던 일을 생계로 인해 흘려버린 사람들 중 1인 이기에.


사람들은 편하게 말을 합니다. 생계 해결하면서 꿈꾸었던 일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저나 여러분 께선 잘 알고 계실 듯합니다. 세상사가 누군가의 이야기대로 쉽게 이루어지는 것 또한 아니고. 현재 꿈꾸었던 일 하시는 분들과 꿈꾸었지만 부인, 형제, 자녀 등을 위해 자신의 꿈을 삶에서 일부 내려 내려놓은 분들께 존경과 애정과 신뢰를 보내드리며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 여기서 마칠까 합니다.


읽고 계신 모든 독자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라며.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세상의 주인은 여러분. 바로  독자님들이십니다.




신림동 빅판이 팔던 빅이슈를 마지막으로 구입한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는 말했었다. 자신의 독자들을 위해 전시회를 여는 게 꿈이라고. 그는 여전히 꿈을 잘 지켜나가고 있을까? 궁금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걸 제외하고는 더 이상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삶의 의미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 말에 따르면 각 자의 삶에 정해진 길이란 없다. 확실한 길이 없다 하더라도 나에게 맞게 만들어 가면 된다. 어떤 길이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라면 꿋꿋이 나아가야 한다. 꿈이란 그런 것이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전례를 발견하는 게 아닌, 나만의 별을 찾아가는 과정.


꿈에 정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나약한 마음은 여전하지만, 조금씩 용기를 내보고자 한다. 또한 과거에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나만의 기준들은 와르르 무너졌지만, 두려워하지 않겠다. 별처럼, 나를 반짝이게 하는 꿈을 찾기 위해.


다시, 기억 속의 밤하늘을 더듬어보자. 적지만 몇몇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그 별들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저 중 하나가 신림동 빅판의 것이라면, 나도 언젠가는 빛을 품는 그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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