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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May 14. 2022

요즘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조금 겁이 난다

나른한 토요일을 맞았다. 이처럼 달콤한 낮잠을 잤던 게 얼마만일까. 비록 조카들과 놀아주기 위해 엄마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꿈을 꾸며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낮잠을 잘 자고 나니 오후 다섯 시에 만나기로 한 조카들과 잘 놀아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달라진 조직 구성과 업무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말만 조직 구성이지 한 사무실에서 나를 포함하여 세 명이 근무했었다. 더 높은 직급의 관리자들은 다른 사무실에서 겸직 형태로 근무하며 업무를 지시했다. 현재 관리자들은 그대로이지만 실무자는 두 명으로 줄었다. 그중 한 명은 5월 초 날짜로 입사했으니, 근무 기간이 채 일 년도 되지 않는 내가 사무실 내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가뜩이나 일이 많다며 힘들어하던 나였는데, 그만둔 한 명의 몫이 일부 내 몫이 되고, 새로 근무하게 된 동료가 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상황이 버겁다 못해 숨이 막힐 지경이 되었다. 지난 수요일에는 일을 하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바깥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10분 남짓의 시간마저도 허술하게 쓰면 그때 미룬 일들이 야근하는 나에게 더 큰 부담이 될 거라는 생각에 꾹- 참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 일이 바빠지다 보니 자연스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특히 행동을 하는 있어서 '조심스러움'이 많은 편인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조심스러움이 커진다는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원래도 사람을 살피는 편인데, 현재는 살피는 정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특정한 행동을 하는 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이제는 행동을 뒤에 과연 행동이 적절했는가를 생각하는 데도 오랜 시간을 쓰고 있다. 마음이 보다 건강할 때는 내가 선택하는 행동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편이지만, 요즘은 나의 행동이 너무 의심스러워서 누군가에게 꺼내는 안부의 말조차 겁이 난다.


나는 사람들과 오해를 쌓아두는 걸 싫어한다. 정확하게는 갈등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한다. 누군가 나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품고 말을 걸거나 행동할 때, 그에 상응하듯 갖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며 상황을 평화롭게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이 방법은 예민한 성향의 내가 과거 집안의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용하던 것이며, 만화 '짱구는 못 말려'의 짱구가 주된 모델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갈등을 두려워한다. 다툼이 일어날 듯한 상황이 생기면 이내 들끓는 마음을 식히기 위해 애쓰며 웃음을 지어낸다. 다만 어른이 된 나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러한 상황마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힘찬 움직임을 천천히 살펴보고 바라보는 모습이다.  


얼마 전에 나는 타 부서 직원에게 무례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약속된 업무에 대해 기간을 맞추지 않았고, 되려 나에게 왜 기간이 지나도록 다시 말을 하지 않았냐는 식의 말을 했다. 이 일은 동료의 일과 연관되어 있었는데, 그가 이 일에 대해 얼마나 마음을 쓰고 있었는지 알았기 때문에 그 말을 직접 들은 나 또한 기분이 나빠졌었다. 동료를 대신해서 얘기를 나누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내가 대신 기분 나쁘다는 식으로 얘기해도 괜찮을 상황이었지만, 나는 그저 일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랐다. 나의 내면은 분노로 뒤덮였지만, 나는 지금이라도 얘기가 되어 일을 해결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듯한 말을 했다. 그 일을 생각하면 여전히 몸에 힘이 들어가고, 손에서는 땀이 세어 나온다. 당시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돌아볼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했지만, 다시 돌아보는 지금, 그의 행동을 얼마나 무례하다고 느꼈는지 새삼 깨닫고 있다.  


하나의 일, 특히 내가 특별했다고 여기는 경험을 돌아보며 떠오르는 감정을 서서히 느껴보는 일은 중요하다. 감정에는 여러 가지 정보가 담겨 있다. 서른다섯이 된 '나'이지만, 요즘 아빠랑 대화하면서도 간혹 과거에 경험했던 아빠의 '존중하지 않는 마음'으로 인한 상처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때의 나는 주로 불안했는데, 그러한 불안은 나의 오늘까지 지배하려고 한다. 요즘의 나는 몹시 불안하다. 사적인 감정을 회사에서 표출하지 말자는 개인적인 다짐도, 어떠한 일이라도 주인인 것처럼 해결하자는 가치관도 흔들린다. 이제는 이러한 가치보다 제주도 어느 한적한 동네에 정착하여 매일 바다를 보며 마음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아무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끼치는 영향이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처가 될까 봐, 갈등을 일으킬까 봐, 나는 또 한번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고, 침묵한다.



여러분,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브런치에 잘 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들러 기록하다 보니 제 마음에 그간 표현하지 못했던 많은 얘기들이 담겨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랜 시간도 아니고 그저 한 시간 남짓, 베란다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며 기록하는 일이 참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요즘 저는 이곳에서의 1년 계약을 마치고 제주와 같은 제 마음의 고향에서 한 달을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근근이 견디고 있습니다. 꼭, 비행기 표를 끊고 제주도에서 놀고먹으며 생활을 경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도 힘든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보는 시간도 보내고, 이루고 싶은 소망들을 생각해보며 건강히 지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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