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근거림 Apr 10. 2022

사람은 하늘처럼 다양한 색으로 빛난다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였다. 평범한 자기소개 시간이 진부하게 느껴져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 가수를 소개하던 방식을 모방하여 진행했다. "나는 -한 사람이다."라는 문장의 빈칸을 채우는 형태로 자기소개가 이루어졌고, 참여자들의 소개는 저마다의 개성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그중 한 참여자의 소개를 듣고는 나의 눈동자가 촉촉해지는 걸 느꼈다. 그는 자신을 하늘색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어느 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연한 파랑과는 다른 색이었고, 이후로 올려다본 하늘은 어느 한순간도 같은 색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하늘색이 자신을 잘 나타내는 색이 아닌가 싶어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하늘색을 소개하던 그의 말이 사람을 설명할 때와 유사한 것 같다고 얘기했다.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과 한 때를 함께 살아가며 자신의 성격, 느낌, 가치관 등을 공유한다. 하지만, 하나의 경험에서도 서로 체험하는 바는 다르니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이 커질지라도 하나가 될 수는 없다. 하물며 전 생애를 함께 살아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만난 사이라고 하여도 그 사람에 대해 전부 알고 있다는 표현은 자만에 가깝다. 


특정한 경험에서 주로 느끼는 감정이 있을지라도 늘 그러한 감정만 느끼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나는 실수에 예민한 편이다. 정확하게는 그 실수로 되돌아올 부정적인 평가가 두렵다. 그 평가는 타인이 내리기도 하지만 스스로 내리는 부분이 더 크다. 예를 들어, 지출을 위해 작성한 결재서류에서 직속 상사는 괜찮다고 하지만, 스스로 보기에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지출 관련 부서에 슬쩍 전화하여 확인하기도 한다. 이럴 때에 내가 주로 느끼는 감정은 불안이다. 실수하지는 않을까 자주 불안해 하지만, 실수인 것 같은데 상사가 확신을 가지고 지시하여 그대로 일을 수행할 때면 나는 무력감을 느낀다. 또한,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해할까 하는 생각이 들면 우울감을 느끼기도 하고, '실수 안테나'가 처음 켜지는 순간은 당황스러움이 나의 사고를 지배한다. 


이처럼 유사한 상황에서도 때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그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또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기에 함께 겪어 나가는 그때, 그때에 세심하게 물어보지 않으면 그 사람과 한 때를 공유하기 어려우며, 교집합 또한 만들기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가 한 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는 부분은 그 사람의 일부이지 전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첫인상에 민감하다. 처음 각인된 한 사람의 모습은 때로 그 관계가 끝날 때까지 바뀌지 않는 경우가 있다.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면 그가 무지개보다 다양한 색으로 이루어진 사람인 것을 알게 되지만,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만을 확대하며 단색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도 스스로를 단색으로 설명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을 초록색으로만 표현하고 싶은 사람일지라도 때에 따라 색은 연해지기도 하고, 진해지기도 한다.   


하늘을 사람으로 보자면 마음 상태에 따라 다양한 색을 띤다. 때로는 검게, 빨갛게, 파랗게, 하얗게 변하는 것처럼 가지 색으로 하늘을 설명할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가지 모습으로 사람의 색을 설명할 없다. 그는 애초에 가지 색으로만 이루어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과 가까워진다는 건, 그 사람이 가진 다양한 색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또한, 한 사람과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관계는 그 사람조차 알지 못하는 그만의 색을 발견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아닐까.  


https://url.kr/vfp4sy


매거진의 이전글 주말의 밤, 이 순간을 영원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