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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Aug 07. 2022

마음이 어려울 때, 나를 위로해주던 빛을 꺼내어본다

산책을 좋아한다. 그러나 산책의 목적을 날마다 다르다. 가끔은 '온기'가 그리워 걷기도 한다. '온기'의 사전적 의미는 따뜻한 기운이다. 우리는 따스함을 단순히 몸으로만 느끼지 않는다. 자신이 따스했다고 느꼈던 장면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온기가 이미 내면에 머물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는 한다.


나는 주로 빛의 색감으로 따스함을 회상하는 편이다. '따뜻하다' 느끼는 나름대로의 색감이 있다. 어두운 공간을 밝히는 석양빛 조명을 좋아한다. 그 조명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든다. 그 기분은 마치 산책을 하다가 마음과 만날 때와 유사하다. 


밤이 되면 홍제천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오간다. 하지만 안경을 벗은 나는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지에 관심이 없다. 걸을수록 마음과 가까워진다. 들숨과 날숨. 이따금 만나는 가로등 불빛이 나아가도록, 길로든, 마음으로든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묵묵히 바라본다. 


마음이 어려울 때, 우울감이 찾아와 나를 쓸모없는 사람으로 만드려 할 때에, 불안감이 찾아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내일을 끝없이 두렵게 만드려 할 때에 석양빛을 떠올린다. 퇴근 후에 들르던 청파맨션의 포근한 불빛, 토요 프로그램을 끝낸 뒤에 이촌한강공원 벤치에 앉아 보던 석양처럼, 나를 위로해주던 그때의 빛을 마음속에서 조용히 꺼내어본다.


Image by SEIMORI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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