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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딩턴 Sep 13. 2020

호주 유치원 교사의 날

Early childhood educators’ day 2020

오늘은 (9월 2일) 내가 사는 호주 빅토리아주 유치원 선생님들의 날이다. 한국의 스승의 날과 비슷한 의미인데 특히, 유아교육에 몸담고 있는 교사들의 날인 것이다. 유치원 선생님 하면 왠지 젊고 귀여움을 장착한 모습이 떠오르지만, 나랑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은 나이가 지긋하신 40대 50대가 많다.  물론 내 나이도 어느새 불혹을 훌쩍 넘겼으니 말이다.

오늘 우리는 Happy teachers’ day!라고 얘기하며 서로 축하해준다. 우리들은 축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당당함이 난 좋다. 멋있다!

이날은 특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 일하면서 서로 같이 점심을 먹는 게 다이지만, 뭔가 우리들만의 조촐한 작은 행사 같은 분위기이다. 또한 학부모들도 작은 선물을 준비하며 감사인사를 전달하기도 한다.


바람이 잔뜩 부는 아침에,  내가 일하는 원에 출근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쁜 장식과 Thank you라는 커다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참 고생도 하면서 여기까지 왔구나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순간, 눈가가 촉촉해져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로 호주에서 일한 지 벌써 12년 차가 되니깐 말이다. 이렇게 소소한 감동과 함께 나의 평범한 하루는 시작되었다.

나는 호주에 살게 되면서 한국 커리어를 살리기 위해 유아교육을 선택하고, 일과 공부를 같이 했다. 물론 현장에서 일하면서 배우느라 시간에 쫓기고 항상 바빴지만 그래도 내가 배운 대로 잘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에서 공부한 것이다. 운이 좋게도 실습 중에 좋은 직장을 얻게 되어서 , 지금까지 일하면서 오래된 동료들과 학부모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나름 이곳 터줏대감이 되어가고 있다. 아무리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했다 하지만, 이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유아교육의 틀에 맞춰 단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고,  사소한 일에도 내 교육의 방향성을 재고해보는 소심함을 보이며 힘들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는 달라져야 했다. 하루하루 힘들 때도 많았지만, 물러서지 않고 성실하게 계속 공부하면서 아이들이 나와 지내는 동안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서서히 나는 여기 교육 스타일에 젖어가고 있었다. 한국에서 아이들 입시교육에 익숙했던 나는 여기 호주 아이들의 자연친화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맘껏 뛰노는 것이 한편 불안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의 선배교사들을 보면서, 또 아이들이 일궈나가는 하루하루가 쌓여서 성장하는 것을 보며 나는 변하고 있었다.  교사가 아이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계속 지켜보고, 그걸 기본으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참 맘에 들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 리딩 하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원하면,  그 흥미에 노출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다. 아이들은 그 시간에 생각하고 맘껏 상상하고 자라나는 것이었다. 그렇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는 거,, 그것이 내가 놓쳤던 가르침의 진리가 아니었나 싶었다.


난 유치원 교사로서 일하면서, 순수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내 어딘가 잠재되어 있는 사명감이 불쑥 솟아져 나와 결코 일을 소홀하게 할 수가 없다. 그게 교사가 천직이라서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여기서의 나는 아이들과 함께 쿠키를 굽고 뒷마당으로 피크닉을 가고 , 흙냄새를 맡으며 바깥놀이를 하고, 장화를 신고 나가 빗소리를 듣는 것이 이제는 너무 익숙한 나의 모습이 되었다.


오늘 교사의 날을 맞이하여 , 지난 십여 년을 돌아보며, 내가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던 진정한 메시지에 더 귀를 기울이고 싶다. 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들의 동심에 내가 쥐어준 붓으로 그들만의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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