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만을 보도해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기후 보도와 관련해서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후 위기에 여러 사회, 정치, 경제적 이해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 독자로서 기후 보도를 접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다섯 가지 핵심 비법을 소개한다.
정희정 (세종대 기후환경융합센터 연구위원)
공들여 쓴 기사가 주목받지 못하고 포털 사이트에서 질 낮은 일회성 기사와
똑같은 취급을 받다가 잊히는 일이 반복된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좋은 기사를 찾아보고 적극 응원하고, 더 널리 읽히도록 후원하는 독자가 많아질수록
질 좋은 기사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기후 위기는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가장 큰 위협이다. 그 원인과 해법은 국제, 환경, 과학,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있으며,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가 변화하고 실천해야 대응할 수 있다. 언론이 이러한 복잡한 내용을 쉽고 정확하게 보도하며,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습과 전문성 부족으로 기본적인 용어와 단위부터 틀린 엉터리 기사가 많다. 예를 들면 엄연히 다른 태양광 발전소(이하 ‘태양광’)와 태양열 발전소(이하 ‘태양열’)를 구분하지 못한 채 기사의 제목은 ‘태양열’이라고 하고 본문에서는 ‘태양광’이라고 쓰는 식이다. ‘전기요금’을 ‘전기세’라고 잘못 표기하기도 한다. 단위 kW와 kWh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쓰는 기사도 수두룩하다.
또한,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왜곡·편파 보도, 허위조작정보를 앞장서서 전파하는 기사도 적지 않다. 이에 뉴스 소비자가 기후 위기 관련 기사를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과 오보나 왜곡 보도에 속지 않기 위해 체크해야 할 포인트를 몇 가지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숫자도 거짓말을 한다. 통계에 속지 말자. 통계의 탈을 쓴 거짓말, 의도적으로 활용된 숫자에 속지 않기 위해 자꾸 의심해 봐야 한다. 한국전력의 적자 규모가 커지고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주된 원인은 국제 연료 가격의 인상 때문이었는데,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만 탓하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A일보는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월보’에서 의도적으로 7월 한 달의 통계만 가져와 과거와 비교하며,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발전량이 감소했고 그로 인해 전기요금이 오른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1)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7월, 원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9.8%였는데 이 비율이 2021년 7월 22.7%로 감소했다면서 [그림1]과 같이 그래프도 제시했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 다르다.
[그림1] 2016년 7월과 2021년 7월의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율 비교
1년 이상의 기간을 잡고 발전량 평균을 내보면 원전의 발전 비율은 거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6년 7월~2017년 7월, 2020년 7월~2021년 7월의 원전 발전 비율은 각각 28%와 27%로 거의 비슷했다[표1 참조]. 2021년 7월의 원전 발전 비율이 낮았던 이유는 정기 점검을 받느라 멈춰 있는 원전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7월에는 24기 중 8기가 가동을 안 하고 있었다. 기사를 쓴 기자는 그런 사실을 분명 파악하고 있었을 텐데도 7월 한 달치의 통계만 가져와서 비교한 것은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표1] 2016.7.~2017.7., 2020.7.~2021.7.의 전체 발전량 대비 원전 발전 비율 비교
단위: %
둘째, 국제기구와 외신 등의 권위에 속지 말고 의심해 보자.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화석 연료 대신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B경제신문은 [그림2]와 같이 원전이 태양광 발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탄소중립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은 원전”이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게재했다.2)
[그림2] 발전원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그러나 IAEA의 위 통계는 정확하게 언제, 어떤 과정을 통해 작성된 것인지 확인하기가 어려웠다.3)
반면, 에너지원별 온실가스 배출량 관련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연구에서는 “원자력은 탄소 저감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공통된 결론이 제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진태영‧김진수 교수는 논문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중 어느 것이 탄소 배출 저감에 더 효과적인가–패널 데이터 분석>4)에서 1990~2014년 원전을 가동해 온 30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와 달리 탄소 저감에 기여하지 않으며,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서는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의 개발과 확장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영국 서섹스대 벤자민 소바쿨 교수의 논문5)에 따르면 원전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66g/kWh로 태양광(32)보다 2배 이상 많고 풍력(9.5)보다는 7배 정도 많다[그림3 참조].
영국 서섹스대와 독일 국제경영대학원의 공동 연구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증가시킬 때 기대되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원전에 비해 7배나 강력하다는 결론이 제시됐다.6) 이러한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는 원자력 발전에 우호적인 IAEA의 통계와는 상반된 내용이다.
[그림3] 재생에너지 발전과 원자력 발전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
(단위: 이산화탄소환산 그램(g CO2-eq)/kWh)
우리 언론은 국제기구, 국제 사회라는 권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아예 검증을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해외 저명 언론에서 보도했다는 사실만을 근거로 삼아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고, 번역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혹은 실수로 오역을 해 오보를 내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독자들은 저명한 국제기구나 외신을 인용한 보도에 대해서도 의심해 보고 가능하다면 원 출처를 찾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셋째, 따옴표 저널리즘에 속지 말자. 취재원의 말도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할 수 있으므로 상반된 의견도 취재하고 다양한 경로로 진위를 검증한 뒤에 독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무책임하게 취재원이 한 말을 그대로 기사로 받아쓰기하는 행태를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확산에 매진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 언론에는 재생에너지의 가치를 폄하할 뿐 아니라 괴담 수준의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있는 기사가 많다. 이런 보도는 무책임한 받아쓰기를 통해 생산되는데, 원자력을 옹호하려는 정치인과 산업계, 관련 전문가의 일방적인 주장을 취사선택해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미디어리터러시교육협회(NAMLE)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는 힘을 키우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염두에 두자고 제안했다. △이 메시지는 누가 만들었을까? △이 메시지는 왜 만들었을까? △이 메시지에서 무엇이 빠져 있을까? △다른 사람은 이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할까? △이 메시지로 누가 이득을 보는가? △이 메시지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등이다.
넷째,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를 비교해 보고 팩트체크 기사를 찾아보자. 통계를 의심해 보고 따옴표 속 일방적인 주장을 비판적으로 읽는 습관을 갖는다 하더라도 평범한 독자들이 전문적인 자료를 찾아보면서 기사를 읽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도 팩트체크 전담 조직을 갖춘 언론사도 있고 점점 양질의 팩트체크 기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뉴스톱>과 같은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도 생겼으며, 언론사의 팩트체크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모아 놓은 서비스(https://factcheck.snu.ac.kr)도 있다.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에서는 꾸준히 미디어 비평을 하고 있다. 진실을 알고 싶다면 번거로워도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를 비교해서 보고, 팩트체크 기사와 미디어 비평을 찾아보는 수고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같은 사안을 언론사마다 어떻게 다르게 보도하는지 비교해 볼 때는 포털 사이트보다 빅카인즈(www.bigkinds.or.kr)를 이용하는 게 좋다. 빅카인즈에서는 기사마다 수없이 따라붙는 상업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고,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섯째, 엉터리 기사에 낚이지 말고, 문제의 해법을 찾는 좋은 기사를 칭찬해 주자. 지난해 한 신문사가 ‘새똥광’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새똥 묻은 태양광 사진과 함께 재생에너지는 무용지물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기사7)를 1면에 게재했다. 그러자 몇몇 다른 언론사가 해당 기사를 팩트체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8) 팩트체크를 통해 사진 속 태양광은 아직 가동하기 전이라 ‘조류 방지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고 새들이 앉아 있기 편한 상태였으며 청소와 관리도 하지 않았던 실험용이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태양광 시설과 새들이 공존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방법을 취재해 제시했다. 패널 위에 새들이 앉지 못하게 하는 가느다란 철선을 설치하기도 하고 소음과 초음파를 이용해 새를 쫓는 방법 등 각종 기술을 응용하고 있다는 정보도 제공했다.
이와 같이 왜곡 보도, 허위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팩트를 체크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찾아 기사를 쓰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그렇게 공들여 쓴 기사가 주목받지 못하고 포털 사이트에서 질 낮은 일회성 기사와 똑같은 취급을 받다가 잊히는 일이 반복된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게 되면 기자들의 의욕도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좋은 기사를 찾아보고 적극 응원하고, 더 널리 읽히도록 후원하는 독자가 많아질수록 질 좋은 기사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1) “전기요금 오른다… 가구당 月1050원”. A일보, 2021.09.24.,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1/09/24/X2ATPOYVVJFU7AE7L2LDSSEWUI/
A일보. “LNG 가격 안떨어지면… 전기료, 내년엔 더 가파르게 오른다”. 2021.09.24.,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1/09/24/VAPA3V3FHBCCVIQGLEFE3XMHFY/
2) “탄소중립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은 원전....온실가스 배출량 LNG보다 50배 적어”. B경제, 2020.12.30., https://www.sedaily.com/NewsView/1ZBVW8Y960
3) 선정수. “[팩트체크] 원전은 탄소배출 하지 않는다?”. <뉴스톱>, 2021.1.4. http://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11592
4) Jin, T., & Kim, J.(2018). What is better for mitigating carbon emissions – Renewable energy or nuclear energy? A panel data analysis, Renewable and Sustainable Energy Reviews, 91, 464-471. https://doi.org/10.1016/j.rser.2018.04.022
5) Benjamin K. Sovacool, Valuing the greenhouse gas from nuclear power: A critical survey. Energy Policy 36(2008) 2940– 2953. https://doi:10.1016/j.enpol.2008.04.017
6) Sovacool, B.K., Schmid, P., Stirling, A. et al., Differences in carbon emissions reduction between countries pursuing renewable electricity versus nuclear power. Nature Energy 5(2020), 928–935. https://doi.org/10.1038/s41560-020-00696-3
7) “패널 수백장이 하얗게…‘새똥광’ 돼버린 새만금 태양광”. A일보, 2021.08.09. https://www.chosun.com/national/transport-environment/2021/08/09/R6RZREUVLVBQRP4HJ3GKYHHQJE/
8) “새똥으로 태양광 가리기는 가능할까”. <한겨레>, 2021.08.12.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07379.html
“새만금 태양광 새똥 때문에 무용지물?”, <뉴스톱>, 2021.08.10. https://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12084&replyAll=&reply_sc_order_b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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