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
[요약] 영국에서 30년 만에 창간된 종이신문으로 화제를 모았던 ‘더 뉴데이’가 두 달 만에 폐간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업계를 당혹시켰다. 이 과정에서 ‘더 타임스’가 지난 3월부터 도입한 온라인 기사 유통 정책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에서 30년 만에 창간된 종이신문으로 화제를 모았던 더뉴데이(The New Day)가 두 달 만에 폐간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업계를 당혹시켰다. 이번 일로 현지 신문 업계에서는 종이 신문의 소멸론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력지 더타임스가 지난 3월부터 도입한 온라인 기사 유통 정책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종이신문의 '판(edition)'형 마감방식을 참조해 웹상의 기사를 제한적으로, '고품질'의 기사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에 업데이트하겠다는 야심 찬 시도이기 때문이다.
출범 당시 더뉴데이는 온라인 저널리즘이 시대적 흐름으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종이신문을 사랑해 온" 독자들을 주요 수용층으로 삼아 이들에 맞춘 유통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3월 20일에 있었던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더뉴데이의 앨리슨 필립스 에디터는 "더뉴데이는 대중을 상대로 하기보다는 협소한 인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그녀는 더뉴데이의 직원 중 70%는 여성이라는 점을 공개하며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신문의 주 수용층 역시 "40대의 여성으로서 평범하게 현대적 가정에서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라 소개한 바 있다.
지난 2월 29일 첫 호가 발행된 후 이 신문의 모든 기사는 지면으로만 제공됐고 웹상에는 서비스되지 않았다. 신문의 소셜 미디어 공식 계정은 있었지만 웹 사이트 없이 운영됐다. 기사의 온라인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웹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신문 자체의 홍보나 기사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잡기 쉽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더뉴데이의 발행처인 트리니티 미러는 신문의 첫 발행일을 전후로 해 500만 파운드의 거금을 들여 "새로운 날을 붙잡아라"는 소제목이 붙은 TV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올드 미디어 위주의 홍보를 펼친 것이다. 한편 유통에서는 박리다매 전략을 채택했다. 보통 영국 일간지들의 주중 1부 가격이 1~2파운드인 것과 달리 25센트였다. 첫 발행일에는 200만 부를 무료로 배포했다. 당시 트리니티 미러의 경영진은 일일 20만 부 판매가 가능하다면 이러한 가격에도 흑자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고 밝히며, 이러한 저가 전략이 "종이신문의 영광을 되찾게 할" 묘수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가디언을 포함한 영국의 일간지들은 지난 5월 5일 더뉴데이가 창간 두 달 만에 폐간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보도마다 사소하게 숫자상 차이가 있지만 약 3~4만 부 정도로 판매 부수가 떨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이처럼 부진한 판매율은 단순히 더뉴데이의 명성에만 해를 끼친 것이 아니라 모체가 되는 트리니티 미러의 주가 하락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연간 수익이 6,700만 파운드에 달했던 트리니티 미러의 수익이 현재까지 약 1,400만 파운드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더뉴데이가 계속 발행됐다면 1년에 100만 파운드 이상의 경영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트리니티 미러의 대변인은 이에 대한 공식적 코멘트를 거부했다.
이번 실패로 트리니티 미러의 경영진은 시대에 역행하는 마케팅으로 회사 전체의 경영을 어려움에 처하게 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가디언은 박리다매를 노린 저가 신문의 실험이 실패한 것은 더뉴데이가 처음이 아니라며, 똑같이 저가의 종이신문 아이(i)를 발행했던 인디펜던트가 종이신문 산업의 전반적 불황으로 인해 인디펜던트의 종이신문마저 폐간하는 수모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종이신문을 애호하는 수용자층이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신문을 바꿔볼 것으로 생각한 경영진의 안일한 인식이 이번 실패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의 밥 니콜슨 기자는 "(더뉴데이에서 이뤄진) 모든 시도는 시작부터 잘못됐다"며 이번 폐간을 종이신문의 불운으로 성급하게 진단하지는 말자고 주장했다. 19세기부터 수많은 종이신문이 독자가 원하는 바를 파악하지 못해 폐간해온 것처럼, 이번 더뉴데이의 실패도 사실상 콘텐츠의 경쟁력 부족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BBC는 이번 더뉴데이의 실패 요인으로 종이신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뉴스'보다는 에디터의 분석이나 해설이 들어간 '피처 기사'를 중심으로 꾸려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문이 직접 지목한 '40대 여성'이 읽을 만한 기사였을지는 모르지만 "뉴스가 주도하는 제품"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일간지로서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저가 신문을 더뉴데이보다 먼저 시도했던 인디펜던트의 아몰 라잔 수석 편집인은 BBC 라디오 4채널의 '투데이' 프로그램에 출연, 더뉴데이의 임직원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한편 "폐간은 옳은 결정"이라며 지지의 뜻을 밝혔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트리니티 미러의 대변인은 "종이신문의 유통은 우리의 기대에 못 미쳤다. 실망했지만, 이번 더뉴데이의 출범과 폐간이 종이신문들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리라 본다"고 공식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영국 신문업계의 새로운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영국의 유력지인 더타임스와 주말판인 선데이타임스는 디지털 뉴스 플랫폼에서 24시간 뉴스(rolling news)의 공급을 중단하고 대신 '판'형 유통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뉴스 서비스 자체는 요일별로 현행처럼 이뤄지지만, 뉴스의 업데이트는 정해진 시간에만 하겠다는 것이다. 주중에는 아침 9시와 정오, 오후 5시 세 차례에 걸쳐, 주말에는 정오와 오후 6시 두 차례에만 이뤄진다. 단 편집인 재량에 따라 결정적인 속보는 예외적으로 업데이트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회사 측은 모바일 앱을 포함해 전체 자사 뉴스 서비스를 재설계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더타임스와 선데이타임스의 웹 사이트를 통합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타임스의 시니어 에디터들은 이러한 판형 발행으로의 변화가 독자들의 일과에서 뉴스가 소비되는 방식에 긍정적 변화를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기자 입장에서는 24시간 뉴스를 업데이트할 때보다 그 기사 내용을 "더욱 숙고할 기회를 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판의 힘은 종이신문인 더타임스가 230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우리의 도전은 이러한 콘셉트가 디지털 시대에 맞게끔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횡설수설을 없애는 것으로 독자들을 배려할 것이다." 이어 마틴 아이벤스 선데이타임스의 기자는 사설을 통해 이번 변화는 고객 형태 연구에 기초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타임스의 독자는 하루 중 특정 시간에 더타임스와 선데이타임스의 웹 사이트나 앱을 방문했으며, 보도의 정확성과 분석 및 논평의 고유함 때문에 기사를 읽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더타임스의 경영진은 임직원에게 보낸 사내 이메일을 통해 이번 변화에 맞춰 새로운 마감 일정을 준비할 것을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경영진은 "종이신문이 건강해야 디지털에서의 성장 역시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주중의 온라인 마감이 9시와 정오, 5시라는 점을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또한 새롭게 구성되는 통합 뉴스 플랫폼과 뉴스 앱의 구성을 기자 스스로 살펴보고, 이를 염두에 둔 종이신문의 기사 작성을 부탁하기도 했다.
더타임스와 선데이타임스는 오래전부터 회사의 전체 디지털 서비스를 개조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판형식 온라인 유통 방식은 약 1년 전부터 사내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1월 타임스 측은 새로운 주간 형식의 '디지털 판'형을 유료 회원들을 대상으로 시도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두 신문은 영국 내에서 보기 드물게 아직 유료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두 신문은 지난 2015년 6월 2,100만 파운드의 영업이익을 거둔 데 이어, 3년 만에 2만 2,000명의 유료독자 증가로 현재까지 17만 2,000명의 디지털 독자를 확보하는 등 긍정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 미디어 월드 와이드
① [미국] 유럽에서 소액결제로 성공한 뉴스 플랫폼 미국 진출
② [유럽] ‘이색 콘셉트’ 저가 종이신문 창간 두 달 만에 폐간
③ [프랑스] 언론사 모바일 방문자 전년 대비 32.3% 증가
[활용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6월호, 2016. 06.